동전 액면가 5엔인데 원재료는 5.4엔
주요 재료인 구리 가격 급등 영향
일본에서 동전의 원재료 가치가 액면가에 맞먹거나 이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동전을 만드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한 영향이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주요 원재료인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면서 5엔 동전은 원재료 시가가 액면가를 웃돌고, 10엔 동전도 액면가의 90%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동전은 재무성이 관할하는 조폐국에서 제조한다. 동전 종류에 따라 원료는 다르지만, 구리·아연·알루미늄·니켈 등 비철금속을 사용한다. 다만 재무성은 재료비는 위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원재료 가치를 추산했다.
5엔 동전의 원재료 구성 비율은 구리 60~70%, 아연 30~40%다. 10엔 동전은 구리 95%, 아연 3~4%, 주석 1~2%로 구성된다. 일본 철강기업 JX금속과 미쓰이금속이 정리한 현지 가격 등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15일 기준 5엔 동전의 원재료 가치는 5.4엔, 10엔 동전은 8.7엔으로 추산됐다.
동전 액면가가 원재료 가치보다 저렴해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은 최근 비철금속 가격 급등과 관련 있다. 구리는 주요 광산에서 발생한 사고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 가운데 국제 지표인 런던금속거래소(LME) 3개월물 선물이 12일 t(톤)당 1만1952달러(1767만원)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비 상승률은 30%를 넘는다. 엔화 약세까지 겹치며 일본 기준 구리 가격도 같은 날 톤당 190만엔(1803만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은 생산 중단, 일본은 사용 감소…"동전 역할에 의문"
원재료 가격 상승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조폐국은 제조와 유통 비용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지난 11월 1센트 동전 생산을 중단했다. 1센트 동전의 제조·유통 비용은 액면가의 약 4배에 달하는 3.69센트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생산 종료를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자결제 확산으로 현금 결제의 중요성이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캐시리스'(Cashless·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시대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일본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가 실시한 '가계의 금융 행동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00엔 이하 결제 수단(2인 이상 가구·복수 응답) 가운데 현금을 사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2024년 기준 61.6%로, 10년 전(89.2%)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니케이는 "전자결제 수단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동전의 역할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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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성은 이에 대해 "캐시리스 결제가 어려운 사람들의 결제 수단으로도 필요하기 때문에 유통용 화폐 제조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동전 제조에는 마모돼 회수된 동전도 재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전 발행 여건의 변화로 1엔 동전은 2016년도, 5엔 동전은 2021년도 이후 유통용 신규 제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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