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구 동성제약 전 회장.
브랜드리팩터링은 17일 동성제약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과 회생절차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실제 자금을 투입한 외부 투자자와 일반 주주만 손실 위험을 떠안고, 과거 오너 일가는 구조적으로 연결된 이해관계 속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안이 단순한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가족 간에 이미 설계된 구조 위에 외부 투자자가 뒤늦게 편입된 거래라는 주장이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양구 전 회장과 누나 이경희 씨, 조카 나원균 전 대표는 회생 이전부터 ▲의결권 포괄위임 ▲경영권·의결권 포기 각서 ▲지분 양도 계약 등 복수의 선행 약정을 통해 지분과 경영권이 가족 내부에서 순환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가족이 선물옵션 거래를 매개로 재무적으로도 이해를 공유하며 사실상 '운명 공동체'에 가까운 관계에 놓여 있었던 정황도 제시했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지분 계약뿐 아니라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손익 구조가 서로 얽혀 있었다면 개별 인물이 아니라 가족 단위의 공동 이해관계로 판단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가 사실이라면, 동성제약의 주요 의사결정과 회생 국면에서도 가족 구성원들이 동일한 방향의 이해를 가질 가능성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이양구 전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동성제약 지분 약 368만주(14.12%)와 경영권을 브랜드리팩터링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브랜드리팩터링은 이 계약에 따라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실제로 지급했고, 공시 및 민원 자료 기준 총 116억원대의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브랜드리팩터링은 이전부터 형성돼 있던 가족 간 계약과 재무적 공동 이해 구조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래에 나섰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가족 내부의 선행 약정과 이후 제3자 거래가 충돌하면서, 이중 매매·기망 거래 의혹도 제기된다는 주장이다.
지분 인수 이후 동성제약은 회생 신청, 관리인 체제 전환, 전 경영진에 대한 횡령·배임 고발, 인가 전 M&A 추진 등 급격한 혼란 국면에 들어섰다. 주가는 급락했고 거래정지와 불성실공시 벌점 누적 등 상장 유지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실제 자금을 투입한 브랜드리팩터링과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회생 리스크 속에서 사실상 묶인 상태"라며 "반면 이양구 전 회장과 가족들은 과거 체결한 계약과 선물옵션 등으로 형성된 공동 이해 구조를 통해 향후 국면 변화에 따라 경영권·지분에 다시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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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동성제약 측에 문의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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