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불과 재'가 증명하는 스크린 체험
단순 '관람'에서 '체험'의 영역으로 끌어올려
대작의 부재와 관람 습관 변화, OTT 중심 소비가 맞물리면서 극장은 점점 선택적 공간이 되고 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 불과 재'는 이 흐름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집에서는 완결될 수 없는 체험을 스크린 위에 구축한다.
이 영화는 관람 조건에 따라 체험의 깊이가 달라진다. 스크린의 크기와 음향, 입체감을 포함한 상영 환경 전체를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삼아서다. 특히 불길과 재로 물든 판도라의 풍경은 전편 '아바타: 물의 길(2022)'의 푸른 바다와 의도적으로 대비되며 시각적 충격을 극대화한다. 시각효과(VFX) 샷 3382개를 구현한 웨타 FX가 생명체와 지형, 전장을 한층 밀도 있게 완성했다.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로 시각화한 결과다.
시리즈의 진화는 컴퓨터그래픽(CG)의 정교함에 머물지 않는다. 핵심은 배우의 실제 연기를 어떻게 디지털 세계로 옮겼느냐다. 캐머런 감독은 수중 퍼포먼스 캡처를 한 단계 끌어올리며, 물 위와 아래를 동시에 설득하는 화면을 구현했다. 배우들은 실제 수중 환경에서 연기했다. 그 움직임과 호흡, 미세한 감정 변화는 그대로 데이터로 포착됐다.
새로 등장하는 망콴족의 표현도 눈여겨볼 만하다. 화산 폭발의 트라우마를 품은 이들이 뿜는 불꽃과 재가 3차원(3D) 효과를 통해 관객의 시야 앞으로 튀어 오른다. 전편에서 물길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면, 이번엔 불티와 잔재가 공간을 가른다.
틸라림족이 타고 다니는 거대한 크리처 메두소이드와 윈드레이 역시 또 다른 차원의 볼거리다. 해파리와 갑오징어에서 영감을 얻은 이 생명체들은 반투명한 질감과 유영하듯 부드러운 움직임, 거대한 규모가 결합해 전작의 툴쿤을 잇는 새로운 상징으로 각인된다.
실재하는 듯한 세계에서 캐머런 감독은 197분 동안 가족과 혈연, 선택된 관계의 의미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형의 죽음 이후 책임과 인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로아크, 서사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키리와 스파이더는 시리즈가 다음 세대를 향한 이야기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의 반복되는 파괴와 이에 맞서는 자연의 숭고함이라는 메시지도 이번 편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불은 혐오와 증오, 폭력과 트라우마를 내포한 감정의 은유다. 이를 몸에 새긴 망콴족은 악이 아니라 상실의 산물로 그려진다.
지금 뜨는 뉴스
이 모든 감정과 메시지는 극장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특히 아이맥스(IMAX), 돌비시네마(Dolby Cinema), 스크린엑스(ScreenX) 같은 프리미엄 상영관에서 구현하는 입체감과 음향은 이 작품을 단순한 '관람'에서 '체험'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에서는 절대로 기대할 수 없는 밀도다. 극장이 왜 여전히 필요한 공간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