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오르자 수입물가 직격탄
환율영향, 1~9월 -0.21%→10~11월 1.9%로
1~3개월 시차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
"석유류는 이미 영향"…"우려만큼 크진 않을 것" 시각도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넘게 꾸준히 오르면서 수입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이 수입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10월부터 큰 폭으로 확대되기 시작해 11월에 올해 들어 가장 컸다. 수입 물가는 최소 1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기업과 가계 등 국내 물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휘발유 등 석유류는 이미 환율 상승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입 물가의 환율 효과는 11월 2.0%포인트로 집계됐다. 환율 변동이 수입 물가를 2.0%포인트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지난달 수입 물가는 원화 기준으로 전월 대비 2.6% 상승했다. 수입 계약 시 사용한 통화(계약통화)를 기준으로 산출한 수입 물가는 같은 기간 0.6% 올랐다. 환율 변동이 없었다면 수입 물가가 0.6% 상승하는 데 그쳤을 것이라는 뜻이다.
환율이 수입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난 10월부터 증대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월 들어 1400원대에 머물며 떨어지지 않는 데다, 지속적으로 오른 탓이다. 환율은 1~9월까지만 해도 평균 -0.33%포인트 범위에서 변동했으나 10월 이후 두 달 사이 2.4%로 변동 폭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올 1~9월 평균 -0.21%포인트에 불과했던 환율 효과도 10월 이후 두 달 사이 1.9%포인트로 확대됐다.
산업별로 보면 석탄 및 석유제품에 미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석탄 및 석유제품의 11월 수입 물가는 원화 기준으로 전월 대비 1.6% 상승했다. 반면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0.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한 환율효과는 2.4%포인트로 집계됐다. 석유제품은 대부분 달러로 계약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으로 파악된다.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었지만 환율 때문에 비싼 값을 치렀다는 얘기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분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은에서는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가국 물가동향팀장은 지난달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원·달러 환율 1%가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는 0.03%가 상승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는 미국의 경제학자 하칸 일마즈쿠데이(Hakan Yilmazkuday)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자국 통화가 약세 국면(환율 상승)일 때, 강세 국면보다 환율의 물가전가율이 2배 이상 커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석유류 제품은 이미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1월 소비자물가에서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9%로, 지난 10월(4.8%)과 비교해 오름폭이 확대됐다. 전월보다도 3.5% 올라 주요 품목 중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대부분 수입되는 데다, 결제 통화도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분이 국내에 전이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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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수입 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기업들이 마진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 흡수하는 부분을 감안하면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 역시 "환율이 얼마나 급격히 상승 또는 하락할지, 또 내수 측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전가율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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