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일 정부 부처 업무보고
국민 생명·안전에 '적극 행정' 주문
전세사기 피해자 '先지원·後구상권' 검토 지시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최저가 입찰 관행 문제 개선 당부
이번 주 복지부, 문체부, 권익위, 산업부 등 업무보고
이재명 대통령이 11~12일 정부 부처·공공기관 업무보고 자리에서 "동일한 지역에서 동일한 사고는 고의이자 중과실"이라며 국민 생명·안전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적극 행정'을 강하게 주문했다. 단순 절차 이행이나 예산·인력 탓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관행을 끊고, 안전 분야에서만큼은 국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단순 예산·인력 부족을 이유로 한 행정 지연은 용납할 수 없으며, 실현성이 낮은 계획을 내세워 국민을 '희망고문'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사항을 1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소개했다. 이번 업무보고는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내각의 정책 이행 속도를 높이고, 국민주권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국민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해 역대 최초로 전 과정이 생중계됐다. 이번 주에는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권익위원회, 산업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 행정안전부, 외교부, 통일부,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가 이어진다.
"동일한 사고 반복은 고의·중과실"…안전 관련 업무 '최우선 적극 행정'
이 대통령은 한국도로공사 보고 과정에서 반복 사고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동일한 지역에서 동일한 사고는 고의이자 중과실"이라고 규정하며, "사고가 난 지역에서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시설물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고 당부했다. 또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련된 업무에 대해선 무엇보다도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지시했다. 관세청 보고 때는 마약 단속이 소극적이라는 점을 짚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 권력의 정당한 행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보고에서는 반복적·중대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강한 경제 제재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위반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서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한 경제적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先지원·後구상권, 국민과의 공식 약속"…책임 행정 최우선
이 대통령은 '책임지는 행정'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제시했다.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전세 사기 피해 대책과 관련해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정부가 보증금 일부를 먼저 지급하고, 이후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안은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약속한 사안"이라며 "관련 내용을 검토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면서 "예산이나 인력 부족으로 필요한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단순 예산·인력 부족을 이유로 한 행정 지연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과 한 약속은 지킨다는 것이 국정 원칙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반대로 실현성이 낮은 계획을 내세워 국민을 '희망고문'하는 행태는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애매모호한 목표를 제시하기보다, "국민께 현실을 보고드리고 숙의를 거쳐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치가 투명해야 된다"는 생각을 밝혔다.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최저가 입찰 관행 문제…공정한 국정운영 당부
공정한 국정운영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보고에서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별을 언급하며, 이는 "똑같은 노동을 하는데도 부당하게 혜택을 받는 자리를 만들고, 경쟁을 통해 그 부당한 지위를 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토교통부 보고 과정에서는 최저가 입찰 관행을 문제로 지목했다. 이 대통령은 입찰 평가 요소에 국내 기업과 협력하는지, 노동자·납품업체와 상생하는지 등 공익적 요소를 포함할 것을 주문하는 한편,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하는 등 공정성을 저해하는 행위를 "방치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국세청 보고에서는 압류 재산 처분 제도의 악용 사례를 짚었다. 이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을 회상하며, 국세청이 후순위 채권인 압류 재산을 매각하지 않아 "체납자들이 가짜 저당을 잡힌 후에 압류를 당해서 평생 그 집에 살게 되기도 한다"며 관련 제도의 조속한 개선을 지시했다.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는 지역 균형 발전과 양극화를 "우리 사회의 큰 공정성 이슈"로 꼽고, 재정·조세 정책을 수립할 때 이를 "항상 최우선 과제로 염두에 두고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관료 편의주의 R&D 안 된다"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고에서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의 평가 방식도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은 정부 R&D 성공률이 지나치게 높은 점을 들어, "관료 편의주의적인 평가 방식으로 인해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성공률 낮고 장기적으로 필요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연구과제 관리와 관련해서도 "통제의 편의성을 위해 잘못을 저지르는 소수가 아닌 죄 없는 다수에게 굴레를 씌우고 있다"며,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잘못을 저지르는 소수에 대해선 "엄격히 제재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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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업무보고 말미에는 대통령 제안으로 실무진 자유 발언 시간이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우주항공청 차장이 대통령의 우주항공청 방문과 홍보대사 지드래곤 위촉장 직접 수여를 건의하자, 이 대통령은 "지드래곤을 만날 기회를 주는 거냐"며 "가야겠다"고 답해 회의장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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