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소비자 "규제 부작용 우려 여전, 자율규제 고려 필요"
배달 수수료 상한제 입법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부작용을 우려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한제가 도입되면 당장 라이더 소득이 감소하고 소비자 부담이 늘 것으로 예상돼서다. 소상공인 보호와 시장의 균형을 모두 고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하고 자율 규제를 포함해 논의의 테이블을 넓히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공정거래위원장이 배달앱(애플리케이션)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시사한 데 이어 이미 국회에는 다수의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 9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음식배달 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등에 관한 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플랫폼이 영세·소규모 업체에 일반 업체보다 더 낮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부당한 수수료를 전가하는 등 부당행위를 하면 매출액의 최대 10%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런 가운데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이해관계 주체들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 민주당을 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 주최로 열린 '배달 수수료 상한제 입법 방향 토론회'에선 이 문제를 둘러싼 노동계, 소비자 단체, 학계 등의 다양한 의견이 분출했다.
박수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원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사이의 총수수료 논의에서 배달노동자의 수수료에 대해 논의하고, 이것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규율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정위에서 노무 제공자인 배달노동자의 보수액 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배달노동자의 노동권과 배치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노무 제공자 보수의 상한선을 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박 부연구원은 "민간 영역에서 보수나 임금의 상한을 정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며 "배달수수료는 입점업체나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비용이겠으나 배달노동자 입장에서는 노동의 대가이고 모든 임금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인건비"라고 말했다. 라이더의 인건비인 배달비를 포함해 수수료에 상한을 정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소비자 집단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상한제 도입의 방식과 속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자 하는데 이유는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 전가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해외에서도 제한적 상한제 적용 후 주문금액 상승과 배달비 증가 사례가 있었고, 이는 플랫폼 수익 보전 방식의 변형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정 사무총장은 단순 상한제가 오히려 지방과 농촌 지역의 배달서비스 축소와 소비자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지난 12일 소비자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성명서를 내고 "배달서비스 생태계에서 최종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는 소비자임에도 논의 구조에서 소외돼 있다"며 수수료 상한제 입법 추진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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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과제가 이처럼 산적한 상황에서 너무 시급하게 제도 도입이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명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사무국장은 "수수료를 단순히 '통행세'로만 보는데, 배달 플랫폼은 검색·노출, 결제 인프라, 배달망 운영, 고객 상담, 마케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유·무형 서비스를 묶어 제공하는 만큼 특정 비용 항목만을 따로 떼어 규제하는 방식보다 전체 구조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며 "해외에서도 상한제 도입 후 예기치 못한 비용 전가나 서비스 축소 사례들이 있었던 만큼, 단일 수단의 도입보다는 다양한 기능이 결합된 플랫폼 구조의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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