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사건, 진영 대결로 비화
여권 정치인들 "과거 일인데" 두둔
김재원 "좌파 진영서 옹호하는 이유 뭔가"
배현진 "조두순도 불쌍하다고 이야기할 판"
배우 조진웅이 과거 소년범 출신이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 은퇴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범여권 일각에서 옹호 여론이 일자,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좌파 진영에서 지금 조진웅을 옹호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역시 "대국민 가스라이팅이 선을 넘고 있다"며 "(아동성범죄자) 조두순도 사정이 있었지 않겠냐며 불쌍하다고 얘기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원 "좌파 진영서 조진웅 옹호 이유 뭔가…의로운 척한 연예인의 퇴장"
김 최고위원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조진웅 사태에 대해 이 나라의 전직 교수, 학자, 심지어 민주당 국회의원까지 개입해서 진영 전체가 옹호를 하고 나서는가"라며 "저는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연예인은 사회적 영향력과 대중의 인기를 통해서 자신의 일을 하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말에도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며 "잘못된 일이 있으면 개인적인 단순한 사생활인데도 불구하고 '방송 금지'라는 거의 밥줄 끊기 정도의 가혹한 처벌이 내려지는 이유"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조진웅의 범죄는 지금 알려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마약 투약 같은 내용이 아니다"라며 "22살의 여대생을 성폭행하고, 심지어는 그 집으로 따라가서 60만원을 강취했다는 혐의가 이 사람의 범죄라는 추측 보도까지 나오고 있지 않나. 최악질 범죄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또한 "조진웅이 반성을 했다든가 사과를 했다는 이야기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분에 관련된 내용은 '롯데자이언츠 광팬이다' 또는 '독립유공자 영화에 출연하고, 독립유공자의 유해를 국내에 송환하는데 특사로 갔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행사장에서 낭독하고, 이재명 대통령과 영화를 같이 보면서 낄낄거리고' 그런 정도만 알려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분은 사실 정의로운 척, 의로운 척, 또는 개념 연예인인 척해온 것을 우리가 알고 있다"며 "TV에 나와서 온갖 사회·정치적 문제에 자기 입장을 말하는 것을 보고 '피해자가 어떤 심정을 가졌을까' 그런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얼마 전에 학교 폭력 전력이 있는 어린 학생들을 대학 입학에서 배제하자 환호하면서 옹호하지 않았나"라며 "처벌받지 않으면 사적 복수라도 하라는 감정이 있었지 않은가"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진영 논리에 의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로운 척, 정의로운 척한 한 연예인의 퇴장을 볼 뿐이다. 이제 정치권에 있는, 과거사가 그대로 남아있는 분들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배현진 "민주당, 장경태·조진웅 건 대국민 가스라이팅, 조두순도 사정 있었다 할 판"
배 의원도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경태 건과 조진웅 건에 보이는 더불어민주당과 그 진영을 지지하는 일부 인사들의 대국민 가스라이팅이 선을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 피해자에게 2, 3차 가해를 하는 데에는 거리낌이 없으면서도, 유난히 범죄의 가해 경험이 있던 그룹 내 인원에는 과도한 관대함과 측은지심으로 드라마를 강요해댄다"고 짚었다. 배 의원은 "이 민주당 이재명 정부도 주요 인사만 도합 31범 전과자 정부라 했었나"라며 "조두순도 사정이 있었지 않겠냐며 불쌍하다 얘기가 나올 판이다. 매스껍다"고 글을 마쳤다.
앞서 조진웅은 6일 "저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실망을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고 밝혔다. 디스패치가 조진웅이 고교 시절 차량 절도와 성폭행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 생활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 하루 만이었다.
'조진웅 구하기' 나선 범여권…비호·두둔 잇따라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의견들이 이어졌다.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했고, 같은 당 박범계 의원 또한 "대중들에게 이미지화된 그의 현재는 잊힌 기억과는 추호도 함께할 수 없는 정도인가"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형사정책원구원장을 지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누군가 수십 년 전의 과거사를 꺼내어 현재의 성가를 생매장하려 한다면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연예인이 아니라 그 언론"이라고 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박찬운 자문위원장은 "그를 끝내 무대에서 끌어내린 이 사회의 비정함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박정운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법률대리인을 맡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수사관의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을 고발했던 김경호 변호사(법무법인 호인)는 조진웅의 소년범 전력을 최초 보도한 매체의 기자를 고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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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배우 조진웅이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 특사로 카자흐스탄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모셔왔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 조진웅 특사 옆자리에 홍범도 장군 영정이 놓여있다. KBS
이에 일각에서는 조진웅이 친여 성향으로 해석될 만한 행보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해 여권 일부에서 옹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진웅은 지난 8월 자신이 내레이션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을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관람한 바 있다.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기도 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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