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10일 본격 출범
출범식 뒤로 미루고 규제완화 등 막바지 작업 중
다음 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대적 발표 가능성
일부 기업 특혜의혹, 수익률 제고 등 극복해야할 과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공식 출범한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책 펀드지만 정부는 대대적인 출범 행사를 뒤로 미뤘다. 본격적인 투자를 앞두고 규제 완화와 여러 부처 간 업무 조율 등 정리해야 할 부분이 남았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완화 기조에 따른 몇몇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와 낮은 것으로 예상되는 펀드 수익률 등은 정부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본격 출범하는 150조원 국민성장펀드‥규제 완화가 우선 과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150조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는 국민성장펀드가 10일 공식 출범한다. 지난달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한국산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이 10일부터 시행되면서 국민성장펀드도 이날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마련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에 민간 금융사 및 연기금, 국민 등이 마련하는 75조원을 더해 총 150조원 규모로 운영되는 역대 최대 정책 펀드다. 한국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로봇 등 첨단전략 산업에 향후 5년 동안 자금이 집중 투자된다.
천문학적 자금이 투자되는 펀드지만 출범 당일은 대대적 행사 없이 비교적 조용하게 지나갈 전망이다. 국민성장펀드 운영을 위한 전략위원회 인사, 국민성장펀드 조직 신설, 투자 관련 규제 완화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대신 금융위원회는 오는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민성장펀드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만간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 국민성장펀드 조직 신설 등과 관련해 최종 확정을 앞두고 있다"며 "업무보고에서 내년 생산적 금융의 일환으로 국민성장펀드 내용을 크게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대적인 발표에 앞서 투자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국민성장펀드는 지분 투자·인프라 투자·간접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현행 규제가 원활한 집행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금산분리 규제가 적극적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지목돼 왔다.
지주회사 규제 완화해 첨단산업에 지분 투자할 듯
이에 공정위·기재부·산업부·금융위 등 관계 부처는 지주회사 및 금산분리와 관련한 규제 변경 방안을 곧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 부처들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자회사(지주회사의 증손회사)를 두려면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한 규정을 50% 이상이면 허용하도록 기준을 완화하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율 규정을 100%에서 50%로 낮추면 국민성장펀드의 지분이 투입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자금 마련 부담도 줄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와 LG의 손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등이 꼽힌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향후 AI 반도체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번 규제 완화로 국민성장펀드로부터 지분투자를 받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규제 완화로 이차전지 사업에 펀드 자금을 투자받을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규제 완화와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이 대부분 조율된 상태이며 곧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 완화가 경제력의 과도한 집중을 견제하는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규제 완화가 SK 측이 앞서 정부에 제출한 제도 개선 아이디어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SK를 위한 맞춤형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저희는 금산분리를 원하는 게 아니었다"며 "(대규모 AI) 투자를 감당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게 제 생각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펀드가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뉴딜펀드·녹색펀드·통일펀드·소부장펀드 등 과거 정책 펀드 상당수가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하게 끝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성장펀드 자문기관인 전략위원회의 공동위원장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 기업인을 참여시키려는 이유도 이들의 경영 노하우를 펀드에 이식해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 정부의 정책 펀드는 대부분 출시 초기에는 단기적으로 투자 성과가 좋았지만 갈수록 투자 수익률이 둔화했고 인기도 빠르게 식어 대부분 청산됐다"며 "국민성장펀드 역시 출시 초기에는 관심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과 실적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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