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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워너 합병, K콘텐츠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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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 CJ ENM 파트너십 두 달 만에 인수
"협상상대 줄고 IP는 해외로" 제작기지 고착

넷플릭스·워너 합병, K콘텐츠는 어디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책임자(CEO)가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콘텐츠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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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는 한국 콘텐츠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가장 큰 외국계 콘텐츠 투자자이고, 워너는 불과 두 달 전 국내 최대 제작사 CJ ENM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넷플릭스는 2023년 4월 한국에 4년간 25억 달러(약 3조34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6년부터 한국에 투입한 누적 투자액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당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국 창작 산업이 계속해서 훌륭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제작·투자한 오리지널 및 공동제작 작품은 여든 편 안팎이다. '킹덤',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 등이 대표작이다. 2022년 넷플릭스코리아 매출은 7733억원(약 6억 달러)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넷플릭스는 2022년 VFX 기업 스캔라인을 통해 6년간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한국에 시각효과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워너 역시 한국과의 협력을 빠르게 넓혀왔다. 지난해 10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는 CJ ENM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CJ ENM의 스트리밍 서비스 티빙을 맥스(Max) 내 브랜드 허브로 론칭하고, K드라마를 공동 제작하는 내용이다. 내년 초부터는 동남아시아·대만·홍콩 등 아시아·태평양 17개 시장의 맥스 가입자들이 티빙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이미경 CJ ENM 부회장은 당시 "이 파트너십은 K콘텐츠의 글로벌 도약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워너 합병, K콘텐츠는 어디로… 미국 뉴욕에서 촬영된 HBO 맥스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 광고판 EPA연합뉴스

CJ ENM은 2019년 넷플릭스와 장기 공급 계약도 맺었다. 계열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 '비밀의 숲' 등이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얻었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넷플릭스는 워너와 CJ ENM의 파트너십까지 한꺼번에 떠안게 된다. 한국 제작사 입장에서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글로벌 바이어가 줄어드는 셈이다.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는 "대형 결합이 진행될수록 지역 제작사들은 더 적은 수의 거대 바이어와만 거래하게 된다"며 제작비 인하 압박과 불리한 IP 계약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IP 대부분을 자사가 보유하는 구조로 계약해왔다. '오징어 게임', '킹덤' 같은 글로벌 히트작의 IP 역시 넷플릭스 소유다. 제작사는 제작비와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지만, 후속 시즌과 파생작, 머천다이징 등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플랫폼이 쥔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글로벌 시청자에게 도달하려면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IP를 넘기는 순간 우리는 하청 제작사로 고착된다. 이번 인수는 그 구조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OTT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 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한국 iOS·안드로이드 사용자 중 넷플릭스 이용자는 약 1393만 명(점유율 약 40%)이다. 쿠팡플레이가 21%(732만 명), 티빙이 17%(573만 명), 웨이브가 7%(253만 명), 디즈니+가 6%(190만 명)로 뒤를 잇는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국내 OTT 대다수는 여전히 영업 적자 상태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부터 합병을 추진해 왔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까지 현재 구독료 유지를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을 내린 상태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워너의 방대한 라이브러리까지 흡수할 경우, 국내 플랫폼들의 해외 프리미엄 콘텐츠 경쟁력은 더 약화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워너 합병, K콘텐츠는 어디로…

일각에서는 로컬 예능, 스포츠 중계, 뉴스·시사, 지역 맞춤형 콘텐츠를 통해 국내 OTT가 틈새를 공략할 여지는 여전히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나 글로벌 프랜차이즈와 거대 자본이 결합한 구조 앞에서 이 전략이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단기적으로 기회 요인은 있다. 넷플릭스가 워너 스튜디오와 함께 글로벌 프로젝트를 확대하면 한국 제작진과 스태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범죄·스릴러·액션 등 워너가 강점을 가진 장르에서 한국 제작진의 경쟁력은 이미 검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IP 소유권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다. 한 콘텐츠 업계 인사는 "단기적으로는 제작 물량이 늘겠지만, 구조적으로는 '제작 하청국' 프레임이 더 공고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K콘텐츠가 세계적 성공을 거둬도 IP가 해외 플랫폼에 귀속되면, 장기적인 산업 주도권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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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튜디오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워너 인수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사건"이라며 "한국 제작사들이 IP 주도권을 확보하고, 티빙 같은 자국 플랫폼을 키우기 위한 정책·투자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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