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이 특별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며 지역 경제 회복을 도모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다.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생계를 위협받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보탬을 제공하겠다는 행정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앞으로 동일한 제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피해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지원금 규모나 발표문이 아니다. "언제 받을 수 있느냐", "절차가 왜 이렇게 복잡하냐", 이 두 마디가 현장의 모든 불만과 불안을 압축한다.
행정은 늘 '신속 지급'을 약속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는 다르다. 접수와 확인, 지급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아직도 느리고, 각 부서 간 소통은 매끄럽지 못하다.
기자가 보기에도 지금의 구조에서는 아무리 담당자가 뛰어도 '신속'이라는 말은 공허하다. 시스템이 느린데 사람이 빠를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지연이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산청군은 최근 몇 년간 크고 작은 재난을 반복해 겪어 왔다. 산불·하천 범람·산사태·폭우로 이어진 대규모 피해는 더 이상 '이례적'이 아니다. 그런데도 군의 대응은 늘 사후 복구 중심, 그것도 반복적인 대책에 머물러 있다.
"왜 또 같은 피해가 났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부실하다. 기자가 현장을 둘러보며 가장 의문을 느낀 대목은 '예방과 관리'에 대한 행정의 태도였다.
위험 구간에 대한 정비는 미뤄졌고, 주민들이 여러 차례 지적했던 문제는 이번에도 그대로 피해로 이어졌다. 복구사업은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데, 정작 그 돈이 재난을 '막는데' 쓰였는지, 아니면 '부서진 뒤' 메우는 데만 쓰였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별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피해 주민들에게는 그 돈이 곧 생계이고 숨 쉴 틈이다. 그러나 그 지원금으로는 재난의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
지금 산청군에 필요한 건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 재난 대비 구조 개선 ▲ 예산 집행의 투명성 ▲ 장기적 지역 회복 전략 이 세 가지다. 또 하나 눈에 띈 건 복구 과정의 정보 부족이다.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가 정해지는지, 어떤 업체가 투입되는지, 주민들은 알기 어렵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재난 때마다 행정은 바쁘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는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가 없다." 이 말은 곧 신뢰 부족이다. 재난복구는 행정이 하는 일이지만, 그 결과를 감당하는 건 주민이다.
이번 재난은 산청군 행정이 그동안 얼마나 준비되지 않았는지를 드러낸 사건이다. 재난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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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지원금 행정'에 머물 것이냐, '재난을 줄이는 행정'으로 바뀔 것이냐. 특별재난지원금은 임시방편일 뿐 산청군을 더 안전하게 만들 미래 대책은 강력한 구조 개혁에서 시작된다.
영남취재본부 최순경 기자 tkv01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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