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법 취지 연금에도 반영…부양의무 미이행 시 연금·일시금 전액 지급 제한
자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 사망 뒤 유족연금을 받아 가던 관행이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민법 개정안인 이른바 '구하라법'의 취지가 연금 분야에도 반영된 결과다.
7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부양의무를 위반한 부모에 대한 유족연금 수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 사망 시 국민연금에서 지급되는 각종 유족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그동안은 부모가 양육의 의무를 저버렸더라도 천륜(天倫)이라는 명목 아래 법률상 상속권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를 키우지 않은 부모가 자녀의 보험금이나 연금을 챙겨가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 왔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이런 유형의 얌체 수급에는 제동이 걸릴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이듬해 시행되는 민법 개정안인 이른바 '구하라법'의 후속 조치 성격을 띤다. 2019년 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씨가 사망한 뒤 20년 동안 연락도 하지 않은 친모가 상속재산을 받아 가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크게 논란이 됐다. 이 사건으로 관련 입법 논의가 시작됐고,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피상속인에게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 범죄를 저질러 상속받을 자격이 없는 법정 상속인의 상속권을 제한한다.
국민연금법 개정안 역시 상속권을 기준으로 한다. 이번 개정안은 민법 제1004조의2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상속권을 상실했다는 판결을 받은 부모를 대상으로 한다. 가정법원에서 "이 부모는 자녀를 유기하거나 학대하여 상속 자격이 없다"라고 확정하면 국민연금공단 역시 이를 근거로 연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게 된다.
지급이 제한되는 범위도 넓다. 매달 지급되는 '유족연금', 낸 보험료를 돌려받는 '반환일시금' 장례 보조비 성격의 '사망일시금', 아직 지급되지 않은 '미지급 급여'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 제도는 '구하라법' 시행 시기에 맞춰 오는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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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조치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고 자녀를 키워낸 대다수 국민들에게 제도가 '상식'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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