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내년부터 2040년까지의 전력설비와 전원(電源) 구성을 설계하는 기본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적용될 계획을 이제야 시작하는 것은 늦어도 너무 늦은 일이다. 과연 기후에너지부가 낯선 계획을 얼마나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수립할 수 있을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전기본의 핵심은 15년 후의 전력 수요 예측이다. 전력 수요는 인구·경제·날씨 변화는 물론 신기술 등장과 산업구조 변화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서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 2000년부터 시작했던 전기본의 수요 예측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2006년 제3차 전기본의 2020년 수요 예측은 무려 17.3GW나 모자랐다. 국민의 정부에서 경험했던 과잉 투자에 대한 사회적 비난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2038년의 수요를 129.3GW로 예측한 제11차 전기본의 수요 예측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밝히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때문에 늘어나게 될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낭비가 두려워서 전력 수요를 과소 예측하면 재앙적인 전력난을 겪게 된다. 2011년의 순환 정전으로 확실하게 경험한 일이다.
전원 구성의 문제도 난제다. 석탄·원전·천연가스·신재생에 대한 냉정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석탄은 더러워서 싫고, 원전은 위험해서 싫다는 수준의 거부감은 설득력이 없다. 더럽고 위험한 기술이라도 '기술'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최대한 깨끗하고, 안전하게 활용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와 비행기도 본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럽고 위험한 기술이었다.
수소·태양광·풍력이 '에너지 정의'를 구현해 줄 것이라는 주장도 비현실적인 환상이다. 청정(블루) 수소는 여전히 기술적으로 미완성이고, 태양광·풍력도 경제성과 간헐성이 부담스러운 '미래 기술'이다. 코크스 대신 수소를 이용한 수소환원제철로 생산한 철이 다양한 응용에서 요구하는 품질을 만족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풍력의 환경성·경제성도 함부로 예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양광·풍력의 발전효율이 20% 수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정의로운 에너지라도 너무 비싸면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더욱이 태양광·풍력 설비에는 '에너지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그물망과 같은 '에너지 국도·지방도'도 설치해야 한다. 화재의 위험성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고비용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건설에 15년이나 걸리고, 위험할 수도 있다는 황당한 이유만으로 대통령과 기후에너지부 장관이 거부하는 '원자력 기술'을 잠수함이나 수출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정책은 비윤리적이다. 우리에게 위험한 기술은 군인이나 다른 나라 국민에게도 위험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외치면서 UAE에 우리가 건설한 원전은 '바라카'(신의 축복)라고 외치는 부끄러운 자가당착을 반복할 수는 없다.
기후에너지부 장관이 국제 사회에 덜컥 보고해버린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나 탈석탄 동맹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깊은 고민도 제12차 전기본에 반드시 담아내야 한다. 멀쩡하게 쓸 수 있는 원전과 석탄 화력을 함부로 폐기하면서 외치는 환경과 기후 위기 대응은 기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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