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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원치 않던 애물덩어리" MIT가 살려냈다…'바다의 핫도그' 美서 연5800만개 소비[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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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만 매년 5600만개 이상 판매
흰 살 생선 과잉 공급 해결한 피쉬 스틱
기업·정부·과학계 협력한 국가 프로젝트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대구, 명태 등 흰 살 생선을 튀겨 만든 냉동식품 '피쉬 스틱'은 미국 등 서구권의 인기 간식이다. 영국 등 영연방 국가에서는 피쉬 핑거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머스타드나 타르타르소스에 찍어 먹는다.1950년대 미국의 첨단 기술이 총동원돼 '세기의 프로젝트'로 탄생한 피쉬 스틱에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과학자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생선 살 튀김 피쉬 스틱, 어디서 시작됐을까

"아무도 원치 않던 애물덩어리" MIT가 살려냈다…'바다의 핫도그' 美서 연5800만개 소비[맛있는 이야기] 고튼스(Gortons) 피쉬 스틱. 고튼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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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조셉슨 미 존스홉킨스대 역사학 교수는 저서 '바다의 핫도그(The Ocean's Hot dog)'에서 피쉬 스틱의 탄생에 대해 "피쉬 스틱 양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MIT 과학자들이 투입됐으며, 미 의회가 직접 법안을 통과시켜 예산과 홍보를 지원했다"고 기록했다.


튀긴 생선 요리는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냉동식품으로 포장된 생선튀김은 고튼스·버즈 아이·풀햄 등 미국 매사추세츠에 본사가 있는 해산물 가공업체 세 곳에서 1953년 최초로 농무부로부터 해산물 가공 냉동식품 품질 인증을 받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온갖 최첨단 기술이 투입된 피쉬 스틱의 대량 생산이 시작부터 원활했던 것은 아니다. 대구나 명태의 가시를 제거하고 살만 발라내려면 엑스레이 검사기를 사용해야 했으며, 생선 살을 장시간 보존할 급속 동결 기술을 적용하는 일도 난제였다.


기업들은 높은 품질의 피쉬 스틱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고튼스는 MIT 식품 기술과와 파트너십을 맺고 피쉬 스틱 품질 개량 작업에 착수했다. 이 작업은 수년간 이어졌으며, 당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대학원생 두 명은 아예 피쉬 스틱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무도 원치 않던 애물덩어리" MIT가 살려냈다…'바다의 핫도그' 美서 연5800만개 소비[맛있는 이야기] 피쉬 스틱 넣은 피자를 홍보하는 1956년 미국 신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아무도 원치 않던 애물덩어리" MIT가 살려냈다…'바다의 핫도그' 美서 연5800만개 소비[맛있는 이야기] 전자 문서로 공개된 MIT 식품기술과의 '냉동 피쉬 스틱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논문 목차. 엑스레이 검출기부터 조리 온도 및 시간, 튀김옷 성분과 수분 비중 등 피쉬 스틱 생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연구했다. MIT 홈페이지

MIT는 1955년 피쉬 스틱 연구 내용을 총망라한 '냉동 피쉬 스틱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라는 논문을 발간해 지금도 공개 중이다. 이 논문에는 피쉬 스틱의 최적 기름 온도와 조리 시간·생선 가시 검출용 엑스레이 촬영기 제작법·튀김옷 반죽의 수분 비율 등 148페이지 분량의 연구 내용이 수록돼 있다. 또 고튼스는 MIT와 세계 최초의 '냉동식품 박람회'를 개최, 기업인과 소비자들에게 최신 냉동 기술을 소개하는 등 홍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식품 업체들은 미 정부·의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피쉬 스틱 연구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할 수 있었다. 미 의회는 1956년 '솔턴스톨-케네디 법'을 통과해 해산물 가공식품 연구를 지원했으며, 특히 미국 가정에 해산물 소비를 홍보하는 데 예산 4500만달러를 지출했다. 미 정부는 미국 내 모든 학교에 피쉬 스틱을 공급하도록 급식 규제를 개정했고, 미 농무부는 피쉬 스틱만을 위한 품질 보증을 마련했다.

어류 과잉 공급 문제 해결한 바다의 핫도그

가공식품 하나에 기업·대학·정부까지 나서 힘을 합친 이유는 무엇일까. 조셉슨 교수에 따르면 당시 미국, 유럽 등 서구권 어업은 초유의 위기를 맞이한 상황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달한 선박, 수중음향 탐지(SONAR·소나) 기술 덕분에 어부들의 어획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정작 수요는 이를 따라오지 못한 탓에 생선 가격이 급락했다.


"아무도 원치 않던 애물덩어리" MIT가 살려냈다…'바다의 핫도그' 美서 연5800만개 소비[맛있는 이야기] 1950년대 피쉬 스틱 생산 공장 내부 모습. 그림스비 히스토리 클럽

당시 가장 큰 공급 과잉을 겪던 해산물은 대구, 명태 등 흰 살 생선이었다. 모두 매사추세츠부터 서유럽까지 아우르는 북대서양에서 잡히는 어류다. 1950년대 초 어부들은 흰 살 생선의 비늘을 벗긴 뒤 아가미·내장 등 부패하는 부분만 제거해 냉동했다. 냉동된 가공 어류들은 이후 화물선, 트럭 등에 실려 미국 시장에 납품됐지만 소비자 중 아무도 이런 식자재를 원치 않았다.


조셉슨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매사추세츠에 넘쳐나던 냉동 생선을 소진할 해결책으로 피쉬 스틱이 채택된 것"이었다며 "붕괴하는 어시장을 살리기 위해 현대 기술이 활용된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쉬 스틱은 본격적인 대량 생산에 성공한 뒤 단 수개월 만에 미국 해산물 시장의 10%를 차지했다"며 "'바다에서 나온 핫도그'라는 별명까지 붙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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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튼스는 생선 본연의 형태, 냄새, 식감을 지운 피쉬 스틱의 연간 미국 소비량을 5800만개 이상으로 추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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