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총리, 대규모 경기부양책 실시 예고
"아베 내각 시절 금융완화정책은 기대 어려워"
일본 다카이치 내각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단기적으로 엔화 추가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슈퍼 엔저'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는 증권가 전망이 나왔다.
18일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슈퍼 엔저 현상이 재현되지 않는다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단기적으로 엔 추가 약세 압력…슈퍼 엔저 가능성은 작아"
현재 일본은 겨울철 전기 및 가스요금 보조금 인상, 가솔린세 잠정세율 폐지, 쌀 상품권 배포 등 17조엔(약 16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선 경기부양 규모가 20조엔 수준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7조~20조엔 수준의 경기부양 규모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8%~3.3% 수준이며,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14조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논의 중이다. 이는 아베 내각 당시였던 2013년 이후 최대 규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2세션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박 연구원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이 단기적으로 엔화 추가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슈퍼 엔저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며 "단기적으로 엔화 추가 약세 압력이 높아질 수 있는 이유는 재정 부담 확대"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위해 국채 발행이 증가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일본 재정수지 적자 규모와 정부 부채 규모가 최근 축소되고 있던 상황에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은 재정 적자 부담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일본 30년 국채 금리는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 10년 국채 금리는 17일 장중 1.73%까지 오르며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등 경기부양책이 슈퍼 엔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며 "아베 내각 시절처럼 금융완화정책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은 지연되겠지만, 이전처럼 재정 확대와 더불어 유동성 확대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은행은 자산 규모를 축소하는 등 긴축으로 선회 중"이라고 짚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
그는 "물가와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추가 재정 확대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이미 일본 물가는 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상황이고 국채 금리도 큰 폭으로 상승해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와 엔화 간 동조화 추세가 이어지는 만큼,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엔화를 통해 원화 가치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경기부양책 여파에 따른 엔화 추가 약세가 원화의 추가 약세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며 "1470원에서 정부의 개입으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일단 숨 고르기에 진입했지만, 대외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다만 연말로 갈수록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엔화 역시 다카이치발 엔화 약세 현상이 주춤해질 수 있다"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00원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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