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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 없는 거짓뉴스에 건실한 40대 사업가 탈세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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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제보 빙자 탈세의혹 허위보도
사실관계 여부 파악 없이 기사 작성
피해자, 언중위 제소·경찰 고소 진행

조사 과정서 피해자의 지인 사주 정황
기자"기사 초안·취재까지 지시받았다"

언중위 "기사 내용 사실 아니다" 판단
경찰, 기자·교사자 2명 검찰로 송치
광주·전남 명예훼손 신고 매년 증가

"저는 하루아침에 탈세범이 됐습니다"


광주에서 20년 넘게 철강업을 해온 40대 사업가 A씨는 지난 5월 초 기이한 전화 한 통으로 모든 일상을 잃어버렸다. 평소와 다름없이 울린 전화벨. 모르는 번호였지만 혹시나 거래처 연락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를 받았다.


"000 사장님 맞으시죠? 왜 탈세하셨습니까". 전화기 너머 첫마디는 낯선 남성의 거친 질문이었다. 그는 자신을 인터넷신문 소속 기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더니 "벤틀리를 타고 다닌다더라, 여러 기관에서 감투를 쓰고 있다더라" 등 A씨를 향해 일방적인 의혹을 쏟아냈다.


A씨는 어리둥절했다. "무슨 소리냐, 증거는 있느냐"고 반문했지만 기자는 "추후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세무 당국에 불법과 관련한 조사를 단 한 번도 받은 적 없었던 A씨는 찜찜했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후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터무니 없는 거짓뉴스에 건실한 40대 사업가 탈세범으로~" 피해자 A씨가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자신의 허위, 거짓 탈세의혹 내용이 담긴 인터넷 기사 일부. 피해자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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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 뜬 '탈세 의혹 기사'

5월 22일 유명 포털사이트에 A씨를 둘러싼 '탈세 의혹 기사'가 실제 게재됐다. 이름만 적시되지 않았을 뿐 기사 내용은 A씨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가 '바로 그 사람'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었다.


A씨가 사회활동 차원에서 맡고 있던 법무부 산하기관의 간부 직책까지 기사에 그대로 실렸기 때문이다.


기사로 인한 여파는 상당했다. 지인들의 연락이 쏟아졌다.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해도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했다. '혹시나' 하는 의심이 이미 퍼진 뒤였다.


행정기관의 전화는 더 직접적이었다. 광주광역시청, 북구청 등에서 잇달아 사실 여부를 문의해왔다. A씨가 과거 해당 기관들로부터 '올해의 기업상' 등 각종 표창을 받았던 만큼, 기사 내용은 그의 수상 자격 검증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탓이다.


"그동안 쌓아온 명예가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A씨의 울분이었다.


◇고소 후 드러난 진실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A씨는 기사 작성 기자 B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동시에 언론중재위원회에도 제소했다.


경찰조사가 시작되자 숨겨진 사실이 서서히 드러났다. B씨는 경찰에게 "자신은 C 씨의 사주를 받아 기사를 쓰게 됐을 뿐이다"고 자백하면서다.


B씨가 작성한 사건 사실관계 확인서에는 "C 씨가 직접 작성한 '세금포탈 의혹 관련 질문지'를 토대로 피해자 A 씨에게 전화 인터뷰를 했다. C 씨 지시에 따라 북구청 등 관계기관에 A씨 관련 의혹을 취재했다. C 씨가 써 준 기사 초안을 기반으로 기사를 최종 수정해 인터넷에 게재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더 놀라운 것은 C 씨의 정체였다. 평소 A씨가 '형님'이라 부르며 따르던 가까운 지인이었기 때문이다. C 씨는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여러 직함을 맡고 있었고, 과거 기초의원 출마 경력과 정당 직책까지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특히 A씨와 같은 법무부 산하 기관에서 함께 일했던 사이였다.

"터무니 없는 거짓뉴스에 건실한 40대 사업가 탈세범으로~" 피해자와 관련한 허위 탈세의혹 기사가 피해자들의 지인이 모여 있는 단체대화방에 올라가 있다. 피해자 측 제공

◇"공익목적이었다"는 말만…근거는 못 내놔

기자 B씨의 고백으로 인해 결국 C 씨도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왜 이런 일을 했느냐"는 질문에 C 씨는 "공익적 차원이었다"고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탈세 의혹의 구체적 근거'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C 씨는 A씨 지인들이 다수 모여있는 단체대화방에 해당 기사를 올린 것으로도 확인됐다. 거짓 제보→허위 기사 작성→외부로 확산시키는 소위 '조리돌림'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언론중재위·경찰 모두 '허위기사' 인정

언론중재위는 지난 7월 2일 A씨와 관련한 '세금포탈 의혹 기사 내용이 전부 허위'라고 판단, B 기자와 언론사에 '정정보도 하라'고 결정했다. A씨 손을 들어준 것이다.


조사를 이어가던 경찰도 같은 달 17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를 적용, 기자 B씨와 교사자 C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까지 이들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상태다.


피해자 A씨는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다. 지인과는 말 못 할 오해로 갈등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기자까지 동원해 거짓·허위 뉴스를 보도하게 했다는 점에서 너무 화가 난다. 나처럼 억울한 피해를 겪는 이들이 더는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허위사실이나 거짓 뉴스 등으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경찰에 신고된 사례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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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년~2024년까지 기준)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신고 건수는 광주 735건, 전남 696건이다. 연도별로 광주 2022년 212건·2023년 262건·2024년 261건, 전남 2022년197건·2023년 232건·2024년 267건으로 매년 관련 신고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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