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가격 인상 전략, '스니크플레이션'
와이파이 등 무료 서비스도 유료화
소비자가 즉시 알아차리기 어려워
미국에서 기업들의 교묘한 가격 인상 전략이 확산하면서 이른바 '스니크플레이션'(Sneakflation)에 대한 소비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이는 제품 가격을 직접 올리지는 않지만, 저렴한 재료로 바꾸거나 서비스나 혜택을 축소하는 등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소비자 부담을 늘리는 전략을 뜻한다.
"스니크플레이션, 인플레이션과 관세 등이 영향"
최근 미국 워싱턴타임즈에 따르면 항공·호텔·식품·스트리밍 업계를 중심으로 스니크플레이션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스니크플레이션은 '몰래'를 뜻하는 '스니크(sneak)'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서비스나 혜택을 줄여 소비자에게 조용히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전문가 알렉산더 케터는 "스니크플레이션은 일상적인 가치가 잠식되는 현상"이라며 "대체로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이 택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항공사의 무료 좌석 선택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되고, 호텔에서는 와이파이·수영장 이용료를 부과하는 등 소비자가 한때 당연하게 여겼던 서비스가 별도 요금으로 전환되고 있다. 기본 제공 서비스가 '부가 서비스'로 바뀌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비용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코스털카롤리나대학의 마케팅 교수 매튜 A. 길버트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새로운 관세가 기업들로 하여금 창의적인 방식으로 가격 인상을 숨기게 했다"며 "소비자들도 이제 이러한 현상을 본격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사례가 쉽게 공유되면서 조용히 진행되던 흐름이 눈에 띄는 문제로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타임즈는 최근 몇 년간 호텔의 부대시설 이용료 신설, 스트리밍 서비스의 광고 추가 등 다양한 형태의 스니크플레이션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일부 항공사들은 무료 위탁 수하물 1개 제공 정책을 종료하고 있다"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가격을 낮추지 않은 채 광고를 삽입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건비·운송비·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까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기업들이 생산비용을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용량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과는 차이
스니크플레이션과 혼동되는 개념으로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꼽힌다. 두 현상 모두 가격 인상 효과를 유도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업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우선 슈링크플레이션은 제품의 크기나 용량을 줄이면서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예전보다 과자 양이나 음료 용량은 줄었지만, 가격은 동일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물리적인 양이 줄어드는 만큼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성비도 떨어져 비교적 직접적이고 단순한 형태의 가격 인상으로 분류된다.
반면 스니크플레이션은 제품의 양은 그대로 두고,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가치를 낮추거나 새로운 비용을 붙이는 전략이다. 재료 수준을 낮추거나, 기존 무료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부대 요금을 추가하는 방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제품 품질 등 보이지 않는 요소를 조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슈링크플레이션보다 한층 더 교묘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관세 부담, 소비자 눈치 못 채게 전가"
향후 스니크플레이션과 같은 은밀한 가격 인상 전략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8월 미국 CNN은 '스니크플레이션, 트럼프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의 비용을 점차 증가시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관세로 인한 스니크플레이션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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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 롱 네이비 연방 신용조합(NFCU)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소매업체와 대형 브랜드들은 많은 미국인이 월급으로 생활하는 현실을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관세 부담을 작은 단계로 나눠 가격에 반영해, 소비자가 즉시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는 '스니크플레이션'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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