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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병원 압박만으론 응급실 뺑뺑이 해결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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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병원 압박만으론 응급실 뺑뺑이 해결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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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를 단순히 응급실에 들어가느냐 못 들어가느냐의 문제로 바라보면 답은 영영 안 나온다. 의료계나 의사집단이 정말로 직능 이기주의 세력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부지불식간에 그렇게 인식하게끔 만드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 이런 관점은 사안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이해하게 만들 뿐이다. 지난 정부 시절 의정갈등 사태의 이면에도 이런 오류가 자리하고 있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얼마 전 대표발의하고 의료계, 특히 응급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며 논란이 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에도 이런 관점이 녹아들어 있는 듯해 우려스럽다. 보건복지부령이 정한 사유에 근거해 '우리 응급실은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사전에 고지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조건 환자를 받도록 하자는 취지로, 최종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재이송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병원의 무책임이 문제'라는 식의 단선적 접근이 옳을까?

거칠게 '번역'하면 구급차가 도달한 병원에 일단 환자를 욱여넣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병원들이 응급환자를 받을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는 것'이라는 시각이 전제돼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나 정치권이 그간 제시한 해법들은 대개 이런 범주에 든다고 볼 수 있다. 의사들이 편의적이고 이기적인 이유만으로 환자를 외면한다고 어느 누가 실증할 수 있겠는가.


병원 현장에선 지난해 시행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따른 병상 감축이 지금까지 누적된 문제를 더 키운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대형병원 진료를 중증환자 중심으로 재편하고 수도권 대형 병원들이 의료수요를 너무 많이 빨아들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목표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의료 소비자들의 인식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병상만 줄어들다 보니 빅5 병원을 포함한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의 병상 가동률은 포화 상태로 간주되는 85%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배후 병상자원이 많이 부족해졌단 얘기인데, 이런 상황에서 최종치료를 전제로, 게다가 필수의료에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법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환자를 무조건 받으라는 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환자의 응급실 재실(在室) 시간을 병원 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삼아 빠른 입원이나 전원 조치를 유도하는 현행 제도와 충돌한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제도·현실의 충돌, 필수의료 붕괴 등 얽힌 고차방정식

응급실 현장의 문제야말로 필수의료의 붕괴라는 본질적인 문제와 궤를 같이한다. 위험하지만 중요한 분야로 의사들이 많이 진출하고 수가 체계를 포함한 보건의료 정책 전반, 병원의 경영 원리 등이 이들을 뒷받침해줘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응급실 뺑뺑이가 응급실만의 문제인 것처럼 미시적으로 접근하는 건 애초에 틀렸거나 대중영합적인 성격을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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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도 산업이므로 비용과 효용의 원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싸고 좋은데 안전하기까지 한 의료'는 형용모순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의료는 온 국민이 수십 년에 걸쳐 지불했고 앞으로도 지불해야 하는 높은 대가(건보료)와 기회비용을 전제로 한다. 풍전등화 같은 건보 재정은 이제 '의료의 값'을 어떤 방식으로든 훨씬 더 많이 치러야 한다는 신호이며 진단과나 성형 같은 분야로의 의사 쏠림은 사회현상이 아닌 경제현상이다. 당위의식이나 구호는 뒤로 물리고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구조의 재설계에 나서는 용기가 시급하다. 현 정부와 당국자들이 이걸 해주면 좋겠다.




김효진 바이오중기벤처부장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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