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부부 두바이서 숨진 채 발견
'가상화폐 백만장자' SNS서 호화생활 자랑도
투자 미팅 미끼로 부부 유인
용의자 7명 러시아서 체포
러시아의 가상자산(암호화폐) 백만장자 부부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실종된 뒤 한 달 만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 러시아 당국은 금전을 목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나섰다.
최근 러시아 매체 모스크바타임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사건조사위원회는 두바이에 거주하던 로만 노박과 그의 배우자 안나 로박이 두바이 인근 지역 사막에서 훼손된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몸값을 노린 범죄로 추정된다.
사건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며칠간 연락이 두절됐고, 가족이 실종을 신고했다. 이들의 운전기사는 지난달 2일 두바이 휴양지 하타 지역의 한 호숫가에서 투자 관련 미팅을 이유로 그들을 내려준 뒤 마지막으로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부부는 이후 다른 차량으로 갈아탄 뒤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사건조사위원회는 "노박이 지인들 연락처로, '오만 국경의 산속에 갇혀 있으며 15만2000파운드(약 3억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게 마지막이었다"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매체 폰탄카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국적 8명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며 이 중 3명은 조직자, 5명은 중간 인력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7명이 체포된 상태다. 수사 당국은 아랍에미리트 당국과 공조해 사건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폰탄카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한 빌라에서 암호화폐 접근 권한을 제공하지 않자 공격을 당해 살해된 것으로 조사됐다. 훼손된 시신은 지난달 3일 UAE 푸자이라 인근에서 발견됐다.
러시아와 UAE 경찰은 용의자들의 이동 경로를 폐쇄회로(CC)TV와 휴대전화 신호를 통해 추적했다. 신호는 잠시 오만을 거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된 뒤 10월4일 사라졌다고 한다.
폰탄카는 또 "중간 역할을 맡았던 5명 중 4명이 이번 주 석방될 예정이라며, 이들이 단순히 투자 미팅을 주선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로만은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과 인맥을 자랑하며 러시아 암호화폐 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로만은 주요 기술 기업과의 협업을 강조하며 빠른 암호화폐 송금을 내세운 '핀토피오'(Fintopio) 플랫폼을 만들어 러시아, 중국, 중동 지역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이들 부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급차, 개인 제트기 사진 등을 올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로만은 2020년 11월 투자·암호화폐 프로젝트 파트너들을 속인 혐의로 사기죄가 인정돼 러시아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고, 2023년 출소 후 해외로 이주해 새로운 사업 투자자를 모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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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두 명의 어린 자녀를 남겼다. 아이들은 현재 친척들이 돌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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