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와 세제 함께 사용 시 치명적 위험 발생
전문가 "가정청소 땐 락스 사용 추천 안 해"
욕실 찌든 때를 한 번에 제거하겠다며 락스와 세정제를 함께 쓰는 행동이 '죽음을 부를 수 있는 습관'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조합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살상용 독가스를 만들어내는 치명적 화학 반응이라고 지적한다.
락스를 세정제나 산성 세정제(식초·구연산 등)와 섞으면 강한 독성을 가진 염소가스가 발생한다. 최은정 이화여대 과학교육학 박사는 최근 유튜브 채널 '의사친'에 출연해 "락스의 문제는 염소 기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욕실 세정제나 세제를 섞어 쓰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염소가스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살상용으로 쓰인 독가스와 동일한 성분"이라며 "일본에서도 주부가 세정제와 락스를 혼합해 청소하다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소용이 없다. 최 박사는 "염소가스 입자는 매우 작아 KF-94 마스크로도 걸러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락스의 강염기성 자체도 위험 요인이다. 최 박사는 "방송 실험 준비 중 장시간 노출됐다가 화학성 폐렴 진단을 받았다"며 "폐포 깊숙이 스며든 가스는 잘 빠져나가지 않고 약도 마땅치 않아 고생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락스의 단백질 분해력 또한 강력하다. 그는 "머리카락을 락스에 담가두면 15분 만에 녹는다"며 시중에 파는 '순한 곰팡이 제거제' 역시 주성분이 차아염소산나트륨으로 사실상 락스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소금으로 만들어 안전하다'는 문구가 붙은 세정제에 대해서도 "하이포아염소산나트륨은 소금과 전혀 다른 물질"이라며 "나트륨이 들어갔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락스 없이도 충분히 청소 가능"…안전한 청소법
대안으로 그는 과탄산소다를 50~60도 물에 녹여 사용하거나 치약을 소량 섞어 연마 효과를 내면 찌든 때 제거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행주는 물에 적신 뒤 전자레인지에 30초~1분 돌리면 소독이 충분하고 샤워기 헤드의 물때는 락스 대신 구연산 용액으로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다. 베이킹소다는 찌든 때 제거용이 아닌 평소 관리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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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박사는 "가정에서는 락스 사용을 추천하지 않는다"며 "집단 급식소 등 감염 관리 목적이 아닌 이상 락스 없이도 충분히 청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락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폐 손상 위험이 누적된다"며 "락스와 세제 혼합은 금지 중의 금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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