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뉴욕다이어리]비정상의 뉴노멀, 닮은꼴 韓美 정치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지난주 아이들과 함께 미국 남부 텍사스를 다녀왔다. 출발 전부터 불안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무급 근무 중인 공항 관제사들이 생계를 위해 휴가를 내고 투잡을 뛰는 바람에 운항 지연과 결항이 잦다는 뉴스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걱정은 현실이 됐다. 뉴욕에서 댈러스, 휴스턴에서 뉴욕으로 오가는 항공편 모두 세 시간가량 지연됐다. 셧다운발(發) '항공 대란' 속에 결항이 아닌 게 다행이라며 불평하는 아이들을 달랬다.


미국에서 셧다운은 이제 일상처럼 굳어졌다. 매년 다음 해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책 우선순위와 이해관계, 정치적 계산으로 대치하는 일이 반복된다. 항공편 지연 같은 불편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이번 셧다운이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역대 최장 기록을 다시 썼다는 점 때문이다. 그것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1기 때 세웠던 35일 기록을 넘어섰다. 트럼프는 막강한 대통령 권한에 더해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모두 장악한 의회를 등에 업고, 타협과 협치 대신 일방통행식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다행히 종료 수순을 밟았지만 이번 역대 최장 셧다운 사태는 이 같은 트럼프 시대의 미국 정치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는 2기 행정부를 전례 없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적을 대놓고 공격하고, 비판자를 조롱하며,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에게 해고 위협을 일삼는다.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실제로 트럼프 1기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했다가 비판자로 돌아선 존 볼턴은 최근 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됐다.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금리를 내리지 않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연일 해임 압박과 공개적인 조롱에 시달리고 있다. 리사 쿡 Fed 이사 역시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만으로 경질됐다가 법원 결정으로 복귀했다. 트럼프의 리더십과 화법은 너무나 거칠고 그래서 여전히 낯설다. 미국 정치의 양극화는 더 깊어지고, 대화와 타협의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를 견제할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참모진은 '예스맨'으로 채워졌고, 공화당은 여전히 트럼프의 정치적 그늘 아래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과 중간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며 존재감을 잃었다. 최근 민주당이 뉴욕시장과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반(反)트럼프 정서의 반사이익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 같은 트럼프 시대, 많은 이들이 달라진 미국을 말한다. '자국 우선주의' 대외 정책은 차치하더라도 미국 내부적으로 상식과 명분의 실종, 권력 집중과 견제 부재, 진영 간 극단적 대립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런 정치 풍경이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막강한 국회 다수당을 등에 업은 강력한 정부, 대립이 일상화된 여야, 실종된 협치 등 한국 정치 현실에서도 트럼프 시대의 미국이 오버랩된다. 여당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 대법관 증원 및 재판소원제 도입 등 '사법 개혁' 명목의 일방적 입법 추진,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 등 삼권분립은 흔들리고, 권력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은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 이후 급속히 와해돼 존재감조차 희미하다.


AD

권력의 독주, 견제와 균형의 실종, 극단화된 진영 정치. 지금 한국과 미국의 정치는 서로 다른 듯 닮은 꼴이다. 상식은 흔들리고 명분은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비정상이 뉴노멀이 된 정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