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행, 연차 내고 고심… 퇴진 안할 시 檢 집단 반발 예상
‘이진수 법무차관·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 동반 사퇴 목소리도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해 '항소 포기'를 지시한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사의 표명을 고심하고 있다. 노 대행은 11일 연차를 내고 숙고에 들어갔다.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노 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노 대행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행이 전날 간부들에게 하루 이틀 사이에 정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 대행의 결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노 대행이 사의 표명을 하지 않을 경우, 검사들은 입장문을 내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집단 반발·항명까지도 고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노 대행이 전날 사퇴를 요구하면서 찾아온 간부 등에게 "검찰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나 용산·법무부와의 관계를 생각해 (항소 포기 요구를) 따라야 했다"고 해명한 것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총장 대행이 사건을 두고 정치적인 고려를 한 것이어서,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의 반발이 거센 것은 노 대행이 검찰의 주된 업무인 '공소 유지'를 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법무부의 지시에 노 대행이 타협한 것인데, 검찰의 본질적인 업무에 관한 것은 기준에 맞게 해야 하는 것이지 검찰총장 대행의 마음대로 타협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노 대행이 간부들과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몇 개의 선택지를 제시했는데, 모두 항소 포기를 요구하는 내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사실상 법무부 차원의 항소 포기 압박이 있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어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일각에서는 노 대행이 내년 10월 출범 예정인 공소청의 청장 자리를 두고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의견을 반영해 항소 포기를 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검찰을 위해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는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검찰총장 대행이 항소하겠다는 수사·공판팀의 의견을 수용했다가, 차관의 말을 듣고 항소 포기로 바꾼 것은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관들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하는 분위기이지만, 노 대행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상당하다. 한 수사관은 "검찰이 수사와 공판을 소신대로 할 수 있게 하려고 검찰총장 권한대행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라며 "위에서 내려오는 것들을 막아주지 못할 거면 내려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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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 포기 과정에 개입한 이 차관과 박철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검사장)도 노 대행과 함께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 부장은 항소장 제출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8일 자정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재검토를 직접 지시한 인물이다. 박 부장은 2021년 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낼 당시에도 대장동 수사팀에 딴지를 걸면서 대장동 수사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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