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청소 이용자 80%↑
청소 알바 구인글 잇따라
다만 업체·고객 간 분쟁도
직장인 A씨(33)는 한 달에 두 번꼴로 청소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 집안 바닥, 주방, 욕실 청소뿐만 아니라 분리수거, 음식물쓰레기 처리까지 맡긴다. A씨는 "처음엔 '남이 내 집을 치운다'는 생각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막상 서비스를 이용해보니 훨씬 깔끔하고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며 "청소에 돈을 쓰는 건 내 시간과 체력을 아끼는 합리적 소비"라고 말했다.
최근 돈을 주고 '내 공간'을 대신 치워달라는 20·30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바쁜 일정과 피로 누적으로 스스로 청소할 여유가 줄면서 가사노동을 외주화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다만 가전·가구 파손 등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청소 도우미 신원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2일 청소 대행업체 청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이용자 중 45%는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또한 20·30대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원룸 청소 신청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80% 폭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간단한 원룸 청소 3만원에 해주실 분 구한다" "설거지, 빨래 알바하실 분" 등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한 글쓴이는 "원룸이 너무 난장판이라 같이 청소 도와주실 여성분을 찾는다"며 "화장실 청소, 설거지, 쓰레기 분리배출 등을 하시면 된다. 소정의 수고비를 지급하겠다"고 적었다.
하지만 청소대행 이용이 늘면서 업체와 고객 간 분쟁도 잇따르고 있다. 가전제품이나 가구, 생활용품 파손 등 서비스 품질 관련 피해가 대표적이다. B씨(39)는 "청소를 맡긴 뒤 가구에 흠집이 생겨 업체에 항의했지만 '이미 있던 손상일 수 있다'며 책임을 회피해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청소 중개 플랫폼의 경우 청소 도우미의 신원 확인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중개 플랫폼 약관에는 '회원(청소 도우미)의 신원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기도 하다.
황당한 민원 사례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 이용자는 "청소 담당자가 감기 바이러스를 옮겼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소비자원은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체 측은 30만원 상당의 살균·소독 서비스를 2회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대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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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가사 노동 외주화를 두고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합리적 소비'라는 긍정적 평가와 기본적인 정리마저 타인에게 맡기는 풍조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이에 대해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청소 대행을 이용하는 것은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노동 형태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며 "하루 대부분을 직장이나 외부에서 보내는 현대 사회에서는 가사노동을 외부에 맡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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