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국민은행 자체감평, 국토부 "위법" vs 금융위 "검토중"[부동산AtoZ]

시계아이콘02분 4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은행, 담보물 감정 내부수행 논란
국토부 "불법" 유권해석 불구
금융위 "협의체 구성" 결정 미뤄
감정평가사 "중단촉구" 규탄대회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위한 담보물 평가를 외부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지 않고 자체 처리하는 것이 적법한지를 두고, 금융당국이 결론을 미루면서 감정평가 업계와 시중은행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감정평가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를 "불법"이라고 유권해석했지만, 세칙 개정 권한을 가진 금융당국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감정평가사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은행의 자체평가는 위법이며 담보가 과대 평가돼 부실대출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했다.


4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열린 '국민은행 감정평가시장 불법 침탈행위 규탄대회'에는 약 300명의 감정평가사가 참여했다. 9월 29일과 지난달 14일, 27일에 이어 네 번째다. 감정평가사들은 이날 KB국민은행에 자체 감정평가 중단과 '가치평가부' 해체 및 소속 감정평가사 약 30명을 본래 업무(심사)로 전환 등을 요구했다. 감정평가사는 주택·상가·토지 등 부동산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산정하는 전문가다. 이들의 평가액은 은행 대출, 세금 부과, 공공사업 보상 등에서 기준이 된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규탄대회를 시작하기 전 여당 의원실의 주선으로 국민은행과 비공식 간담회를 가졌지만 진전은 없었다. 협회가 요구사항을 설명했으나 국민은행은 "은행장 등과 상의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놨다.


2016년 법 분리 후 불거진 충돌…"법 vs 세칙"
국민은행 자체감평, 국토부 "위법" vs 금융위 "검토중"[부동산AtoZ] 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감정평가사들이 '제4차 국민은행 감정평가시장 불법 침탈행위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AD

은행권의 자체 감정평가 논란은 2016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이 두 개로 분리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분리된 법 중 새로 제정된 감정평가법에는 '금융기관이 대출이나 자산의 매입·매각 과정에서 토지 등의 감정평가를 할 때 반드시 감정평가 법인 등에 의뢰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이 조항은 1973년 제정된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도 담겨 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의 하위 행정규칙에는 자체 평가를 허용하는 내용이 그대로 남아 있어, 법률과 규칙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해당 세칙은 비주택 부동산 담보가치를 산정할 때 국세청 기준시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를 활용해 은행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평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이 세칙을 근거로 담보물 자체 평가가 적법하다고 판단한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담보물 평가는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감정평가법에 따른 감정평가는 세칙에서 규정한 담보가치 산정 방법의 하나일 뿐 담보가치 산정 시 반드시 외부 감정평가를 의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9월 KB국민은행의 자체 감정평가가 해당 법률을 위반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위 규정(행정규칙)인 시행세칙이 자체 평가를 허용했다고 하더라도, 법률 우위 원칙상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금감원 역시 2011년 각 금융기관에 '은행의 자체평가를 지양하고, 감정평가금액이 소액인 경우만 제한적으로 취급할 것'을 통보한 바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은행이 KB시세 등 공개된 시세 자료를 참고하는 건 문제없지만, 시세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가나 고가 건물을 내부 평가하는 건 감정평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국토부 "시정하면 될 일", 금융위 "협의체 구성"
국민은행 자체감평, 국토부 "위법" vs 금융위 "검토중"[부동산AtoZ]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현재까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위법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감정평가법과 금감원 시행세칙이 충돌하는 문제를 개정 권한을 쥔 금융당국이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업계 갈등은 지난달 27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기관의 자체 감정평가 문제는 2022년부터 매년 국감에서 지적돼 왔지만, 금융위가 TF를 핑계로 시간을 끌었다"며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의 자체 평가 비율은 2021년 대비 올해 상반기 말 3배로 늘었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김 의원 지적에 "금융위 부위원장과 감정평가사협회장이 최근 면담해 산정 방식을 개선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국토부는 이번 사안을 합의 대상이 아닌 시정 대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금융위·금감원과 세 차례 실무회의를 진행하면서도 법 위반 소지가 명확한 만큼 즉각적인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가 이후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하자, 국토부는 "위법 사안을 TF에서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참여를 거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유권해석이 내려진 사안인 만큼 시정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의 자체평가 확대는 담보가격 과대 산정과 부실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 협회 관계자는 "금융기관 내 감정평가사는 외부 감정평가서의 오류를 검토하는 심사 업무를 맡아야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 인력이 직접 평가와 심사를 동시에 맡고 있다"며 "선수와 심판이 같은 팀에 있는 격"이라고 했다.


협회는 그동안 은행권과의 거래 관계를 고려해 일정 부분의 자체평가는 묵인해왔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내부 평가 조직을 키우며 자체평가 범위를 빠르게 넓히자 더는 그대로 두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협회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도 일부 내부 평가 인력을 두고 있지만, 국민은행처럼 규모를 급격히 늘린 곳은 없다"며 "업계가 수인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자체 평가 금액은 2022년 26조원에서 2023년 50조원, 지난해는 약 75조원으로 추정된다. 2년 만에 세 배로 늘어난 셈이다. 외부 감정평가 법인에 의뢰했다면 수수료만 약 550억원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돈은 KB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절감한 비용이지만, 감정평가 업계 전체로 보면 국민은행 때문에 사라진 매출, 즉 시장이 빼앗긴 일감이다. 담보평가 실적 1위인 A감정평가법인의 연 매출(350억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AD

협회 관계자는 "아직 협회로 TF 관련 공식 문서나 외부 통보가 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토부가 이미 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만큼 이제 공은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넘어갔다"며 "법 위반 사안을 어떻게 해소할지는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두 기관이 답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국민은행 자체감평, 국토부 "위법" vs 금융위 "검토중"[부동산AtoZ]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