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현금 투자 선호
이재명은 대출·보증 방식 원해
무역합의 불투명 관측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29일 예정된 가운데 양국 간 무역합의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3500억달러(약 48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세부 실행 방안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 개회식에서 정상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2025.10.29 강진형 기자
AP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상과 회담을 앞두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한미 간 무역합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폴리티코도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 요구사항 중 일부를 완화했지만, 여전히 투자의 세부 구조가 가장 큰 난제"라고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 요구에 맞춰 조건을 완화할 경우 향후 미국과 무역협상을 벌이는 다른 나라에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기류는 양측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지난 2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나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무역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협상이 예상보다 조금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투자의 구조와 형태, 수익 배분 방식 등에 관한 합의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28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측과의 협상은 아직 합의 직전 단계까지 오지 못했다"며 "세부 사항이 매우 많지만 접근 중"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이 인용한 양국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협상 타결을 가로막는 최대 요인은 3500억달러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식이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대규모 현금 투입은 국내 경제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며, 직접투자보다는 대출 또는 보증 형태의 참여를 선호하고 있다. 또한 이런 형태의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양국 간 통화스와프 체결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 간 무역협상 타결이 지연될수록 한국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일본과 유럽산 차량의 관세율(15%)과 비교하면 현대차·기아차 등 한국 기업이 불리한 경쟁 구도에 놓인 셈이다.
이번 협상 지연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전 일본 방문에서 거둔 성과와도 대조적이다. 일본 정부는 앞서 체결된 무역 합의의 일환으로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도쿄 재계 인사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49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항공모함을 함께 방문해 미군을 격려하고 일본 자금으로 미국 내 에너지·기술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며 '우호적 동맹' 이미지를 부각했다.
한편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회동'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을 바라는 메시지를 연일 발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위해 일정을 연장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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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비핵화 요구 철회 없이는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날에도 북한은 서해상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 시위를 벌였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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