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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00원' 화려한 차림 노인들 들락날락…"어디야? 빨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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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후 2시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의 한 상가 건물로 노인들이 쉴 새 없이 들락날락했다.

전문가들은 콜라텍이 노인 여가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터부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가 모든 노인 여가 및 복지 문제를 책임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콜라텍과 같은 민간 역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역사회에서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함께 어우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면 여가 빈곤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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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밀집 지역에 위치한 콜라텍
콜라텍 주변은 '시니어 유흥 거리'
싸움 등 일어나지만…"노인 여가 공간 필요"

지난달 25일 오후 2시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의 한 상가 건물로 노인들이 쉴 새 없이 들락날락했다. 상가 건물 엘리베이터는 계속해서 1층과 지하 2층을 왔다 갔다 하면서 노인들을 날랐다. 이들이 출입하는 곳은 신나는 음악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지하 2층의 콜라텍이다. 대부분의 노인은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깔끔하게 차려입고 콜라텍을 찾았다. 일부 노인은 파란색 정장, 빨간색 셔츠, 반짝이 옷 등을 입고 자신을 뽐냈다. 콜라텍 문을 열면 안에서 노인들이 좋아하는 '뽕짝' 음악이 흘러나왔다.


'하루 3000원' 화려한 차림 노인들 들락날락…"어디야? 빨리 와" 지난달 25일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의 한 콜라텍. 공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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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콜라텍은 노인들의 사교 공간이었다. 머리에 무스를 바른 남성 노인과 하얗게 화장한 여성 노인들은 기대하는 눈치로 콜라텍 입장을 기다렸다. 하얀색 정장을 입은 한 남성 노인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야? 나 댄스 2시간 추러 왔어. 나중에 시장에서 고기 사줄게. 빨리 와!" 물론 콜라텍이 친구들하고 놀러만 오는 공간은 아니다. 콜라텍 주변에서는 노인 남녀가 함께 손잡고 다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함께 콜라텍 앞에서 호떡을 사 먹거나 시장에 술을 마시러 갔다. 노인 남녀 한쌍에게 어떻게 콜라텍에 오게 됐냐고 묻자 별다른 대답 없이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콜라텍은 '콜라'와 '디스코텍'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콜라를 마시면서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다. 콜라텍은 과거 술을 마실 수 없는 청소년층을 주소비자층으로 삼았지만 클럽, 노래방, 피시방 등에 밀리면서 노인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서울 내 유명 콜라텍은 노인 인구가 밀집하는 청량리와 종로, 영등포 등에 위치하고 있다.


'하루 3000원' 화려한 차림 노인들 들락날락…"어디야? 빨리 와" 지난달 25일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의 한 콜라텍 주변에서 노인 남녀가 손을 잡고 다니고 있다. 공병선 기자

콜라텍 업황은 코로나19 때 주춤했다가 최근 들어 조금씩 살아나는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5년 70곳이던 무도장업은 2020년 55곳까지 줄었다. 이후 2022년 72곳, 2023년 69곳으로 다시 늘었다. 실제 청량리에서도 올해 5월 재개장한 콜라텍에 손님들이 계속해서 출입했다. 콜라텍 앞에는 재개장을 축하하는 화환들로 가득했다.


청량리에 위치한 한 콜라텍의 경우 입장료 3000원만 내면 하루종일 춤을 추고 놀 수 있다. 아울러 콜라텍 내부에는 식당, 카페 등도 있어 식사와 모임까지 모두 해결 가능하다. 콜라텍 주변도 사실상 '시니어 유흥 거리'였다. 콜라텍에서 술을 마실 수는 없으니 나와서 술을 마신다. 청량리의 콜라텍에서 나온 노인들은 인근의 청량리전통시장으로 향했다. 낮 시간대에도 시장에 있는 치킨집에서 통닭에 맥주를 먹는 노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인들이 주로 관람하는 '품바 공연장'도 콜라텍과 같은 건물에 있었다.


'하루 3000원' 화려한 차림 노인들 들락날락…"어디야? 빨리 와" 지난달 25일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의 한 콜라텍 앞에 싸움이 벌어져 억울함을 토로하는 호소문이 내걸렸다. 공병선 기자

다만 콜라텍이 지역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같은날 청량리의 한 콜라텍 앞에는 싸움이 벌어져 억울함을 토로하는 호소문이 내걸렸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한 여성이 콜라텍 앞에서 서로 모욕당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길 한가운데에 위치한 호소문을 흘깃 쳐다보면서 빠르게 지나갔다.


콜라텍이 실제 범죄사건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2023년 4월 대구지법 제8형사단독 이영숙 부장판사는 통신매체이용음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8·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콜라텍에서 만난 60대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만남을 요구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노인들은 콜라텍이 계속해서 여가 공간으로 남아주길 희망했다. 콜라텍마저 사라지면 더 이상 갈 곳이 사라진다는 것. 콜라텍 앞에서 만난 이모씨(69·남)는 "복지센터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콜라텍에서 춤추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더 재밌다"며 "이상한 사람이 콜라텍에서 사고 치는 것이지, 콜라텍이 이상한 공간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 노인들은 여가 생활할 곳을 찾지 못하는, 일명 '여가 빈곤' 상황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지난 1년간 노인 인구의 81.3%가 여가 활동에 참여했지만 이가운데 51.8%는 산책, 음악 감상 등 혼자 즐기는 여가 활동을 했다. 사람을 만나는 등 사회 활동을 통해 여가를 즐긴 노인 인구는 18.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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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콜라텍이 노인 여가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터부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가 모든 노인 여가 및 복지 문제를 책임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콜라텍과 같은 민간 역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역사회에서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함께 어우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면 여가 빈곤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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