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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인사이트]뜬금없는(?) 금산분리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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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인사이트]뜬금없는(?) 금산분리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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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1일 인공지능(AI) 산업에 한해 금산(금융·산업)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만나 "(AI 투자) 규모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재원을 조달할 때 독점의 폐해가 없다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산업 투자를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게 꼭 필요한지 바로 와닿지 않았다. 금산분리 규제가 우리나라에서 가지고 있는 상징성, 즉 금융을 재벌의 사금고로 활용하도록 하지 않겠다는 게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산분리는 여러 법에 규정돼 있는데, 대표적인 게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4% 초과 소유 금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소유 금지, 금융회사의 비금융(산업) 자회사 소유 금지 및 투자제한 등이다. 핵심은 금융회사가 수익성을 따지지 않으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계열사에 대출하거나 주식·회사채를 사주지 않도록 한 것이다. 자금동원력이 뛰어난 금융사가 계열사 부당지원을 못 하게 해서 부당지원으로 인한 금융사 부실을 막는 장치다.


왜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할까? 아무리 첨단산업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해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이 유상증자를 하거나 회사채 발행, 은행 대출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도 만든다고 하면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로 금융회사의 자금을 동원해 산업자본 '계열사'를 지원한다? 좀 이상했다.


이후 나온 얘기들을 보니 금산분리의 큰 틀을 바꾸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은행 특례 방식처럼 전략산업에 국한해 제한적으로 푸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에 산업자본 소유를 허용할 때, IT를 제대로 아는 기업이 중심이 돼야 제대로 된 인터넷은행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과 비슷하다. 반도체, AI,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는 그 업종을 제대로 아는 기업이 투자 결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서는 삼성·SK 등 기업이 AI·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경우만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산업자본)이 첨단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할 때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직접 펀드를 조성하고 굴리는 운용사(GP)가 될 수 없는데, 그게 가능하도록 예외를 두거나 국민성장펀드 등과 공동 GP 형태로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럴 경우 일각에서 요구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를 병행할 필요가 없다. 은행이나 보험사의 비금융회사 출자 한도를 예외적으로 완화해 전략산업에 대한 직·간접 투자를 폭넓게 허용하는 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는 2025년 정기국회를 맞아 16일 첨단산업 지원 등 30개 입법과제를 건의하면서 "산업과 기술에 전문역량을 갖춘 기업이 자산운용사를 소유해 전략산업펀드를 조성하도록 경직적인 금산분리 규제를 유연하게 개선해 줄 것"을 주문했다. 현재 지주회사 체제인 경우 공정거래법에서 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 금융회사(보험사·증권사·자산운용사 등) 소유까지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비지주회사 체제인 경우 자본시장법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사모펀드(PEF)가 계열회사에 지분을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첨단산업 추진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금산분리 규제가 유연한 미국에서는 최근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자산운용사(아폴로)와 51:49 합작투자로 새로운 팹(fab) 건설에 나선 사례도 언급했다.


우리나라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 이런저런 투자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걸 금산분리 완화라고 하지는 말자. PEF 규제 완화, CVC 규제 완화라고 하자. 금산분리 완화라고 하면 재벌의 금융 사금고화부터 떠오른다.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지난 15일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 안 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박근혜 정부 때 '중간 금융지주회사 허용 추진'을 언급하며 금산분리 규제 완화나 공정거래법 개정이 재벌의 불법 승계를 허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금산분리 완화는 그런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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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완화를 언급한 의도는 뜬금없지 않았으나, 금산분리 완화라는 호명 자체는 뜬금없다.




정재형 세종중부취재본부장·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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