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용석의 퓨처웨이브]韓노벨상 수상의 길목‥축적과 발견의 시간

시계아이콘01분 18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서용석의 퓨처웨이브]韓노벨상 수상의 길목‥축적과 발견의 시간
AD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시작되면 한국 사회는 묘한 착잡함과 열등감에 휩싸인다. '왜 우리는 이번에도 과학상을 받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이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분석과 사설이 쏟아지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 역량은 갖췄지만 지식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발견'의 리듬을 아직 충분히 체득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노벨상은 즉시성과 거리가 멀다. 대개 연구 발견 후 20~30년이 지나서야 수상의 영광이 돌아온다. 긴 축적과 검증의 시간이 전제된다는 뜻이다. 일본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메이지 유신(1868) 이후 80년 만인 1949년 유카와 히데키가 첫 과학상을 품었고, 21세기에 접어들어 수상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일본이 배출한 27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 중 22명이 2000년대 이후에 나왔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과학기술력이 임계점을 넘어서자, '발견의 서사'가 연쇄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도 광복 이후 80년 가까운 '축적의 시간'을 걸어왔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첨단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바로 이 축적의 결과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축적의 힘을 노벨상이 주목하는 '발견'으로 연결하는 설계와 실행일 것이다.


'개발의 나라'에서 '발견의 나라'로 도약하려면 세 톱니가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먼저 연구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장기·고위험 탐색적 기초연구의 비중을 과감히 키우고 산업 현장의 난제를 기초과학의 질문으로 전환하는 연결고리를 강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평가와 인센티브의 철학을 속도·분량 중심에서 질·영향 중심으로 전환하고 연구자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실패를 용인하고 재도전의 기회를 제도화할 때 비로소 큰 도전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예산의 지속성을 담보해야 한다. 대형 장비나 장기 연구는 한 번 중단되면 복구가 어렵다. 최소 3~5년의 가시성과 10년 단위 장기 프로그램의 안정적 지원이 뒷받침될 때 연구자는 두려움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깊이 있는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


노벨상 수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창성의 정신을 소환해야 한다. 유행을 좇는 얕은 모방 연구를 경계하고, 기존의 상식과 방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과 틀을 세우는 데서 과학의 진보는 시작된다. '안전한 모방'이 아닌 '위험을 감수하는 창발'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학문적 태도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평화와 문학에서 노벨상의 문을 두드렸다. 과학상은 더 오랜 시간과 더 정교한 생태계를 요구한다. 다행히 한국은 총량도, 의지도 부족하지 않다. 연구 포트폴리오의 재조정, 평가 철학의 전환, 예산의 지속성 보장이 맞물릴 때 1990~2000년대에 뿌린 씨앗은 2030년대 초중반 '발견의 수확'으로 돌아올 것이다. 노벨상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결과를 바꾸려면 과정을 바꾸어야 한다. 공학의 나라에서 발견의 나라로.


AD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