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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흑 아니면 백 강요땐 관세율 25%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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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흑 아니면 백 강요땐 관세율 25%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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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한국은 미국 제안을 수용하든가 아니면 관세를 내라. 흑(黑)이 아니면 백(白)"이라고 했다. 이 언급은 태평양 전쟁 당시 싱가포르 점령(1942년 2월15일)을 앞두고 야마시타 토모유키(山下奉文) 일본군 사령관이 아서 퍼시벌 영국군 사령관에게 항복 여부를 "Yes까? No까?"로 압박했다는 유명한 일화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2025년 현재 무역협상에서는 승전국도 패전국도 없다. 따라서 한국이 "예스(백)"라고 답해야만 할 상황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유독 유럽연합(EU)·일본·한국에 대해서만 '협정 타결 보너스(signing bonus)'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엉뚱한 투자 합의에 대해 미국 프로야구시장에서 선수들의 구단 이적 시에 연봉 계약과는 별도로 추가하는 '사인 보너스'이자 '선물'이며 "종잣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에 대해서는 협정 타결 보너스로 각각 5500억달러와 3500억달러를 '선급금(front up)'으로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기상천외한 요구를 꺼낸 의도는 무엇인가? 미국은 세계의 기축통화국일 뿐만 아니라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규모가 세계 1위인 국가인 만큼 투자가 부족해서 일본과 한국에 투자를 압박할 이유는 없다. 추측건대 트럼프 대통령은 소위 '국가경제안보펀드'를 조성해 기업의 사업성 투자나 정부의 재정자금으로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위험한 사업이지만, 어느 대통령도 이룩하지 못한 기념비적인 사업이 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31일 한미 무역 협정 타결 발표 이후 2개월 반이 지나도록 양국은 3500억달러 투자 문제를 두고 맴돌고 있다. 방미 협상 후 10월6일 귀국한 산업통상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외환 조달 상황의 애로에 대해 미국 정부는 상당 수준 이해했으나 기존 방침에는 근본적으로 변화가 없으며, 무제한 통화스와프 요구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답변은 없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이 '흑'과 '백'의 선택을 요구한다면 우리 정부는 '흑', 즉 고율 관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첫째, 정상적으로 연 조달 가능액 200억달러의 17.5배이자 보유 외환의 89%에 달하는 3500억달러를 일시에 선납하라는 요구는 한국 경제를 외환위기로 몰아가는 것이다. 둘째,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가 3500억달러 선불 요구가 부당하다고 응답했으며, 수용 가능하다는 비율은 12.4%에 불과했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3500억달러 선납은 정부가 정치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선택임을 보여준다.

셋째, 일본의 아카자와 류세이 경제재생상은 일본의 실제 투자액은 5500억달러의 1~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출 또는 대출 보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3500억달러 선급금 요구는 외교적으로 있을 수 없는 수탈과 다름없다.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새로운 제안이 선급금으로 요구하는 현금 투자의 비중을 우리 정부가 외환위기 위험 없이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상당 폭 낮추는 내용이라면, 최선의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선급금 3500억달러의 조정이 없다면 정부는 관세율 25%를 선택하는 것이 답이다. 그 결과 고율 관세 보복으로 인한 수출 감소 등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그 고통은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것이기 때문에 감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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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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