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벤처시장 속 바이오 홀로 선방
자금·R&D 등 풀 숙제 많지만 세부전략 부족
중기부 5월 자문단 출범 이후 회의 無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바이오·의료 스타트업에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겠다며 출범한 정부 태스크포스(TF)는 반년 가까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개점 휴업 상태다. 민간 자금이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는 동안 제도적 지원은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바이오·의료 벤처기업 신규 투자액은 73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늘었다. 전체 벤처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6%에서 18%로 확대됐다. 9월 한 달 동안에도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은 1006억원을 조달해 전체 스타트업 투자(3807억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벤처투자 시장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바이오만 선방하는 국면'이다. 경기 둔화로 전체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위축돼 있는데, 기술력과 장기 성장성이 부각되는 바이오 분야에만 자금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벤처투자조합 기준 지난 1~8월 ICT서비스 분야 투자금액은 지난해(1조3439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줄어든 1조1042억원에 그쳤다.
신기술사업금융업자의 투자 실적까지 포함한 중소벤처기업부 집계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된다. 중기부가 발표한 상반기 벤처투자 현황에 따르면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액은 8527억원에서 9767억원으로 약 14.5% 증가했다. 집계 범위에 따라 수치 차이는 있지만 바이오가 전 분야를 통틀어 성장률이 두드러진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렇게 바이오 기업들이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반면, 정부의 지원 논의는 더디게 진행 중이다. 중기부는 지난 5월 제약바이오벤처 TF와 전문가 자문단을 출범시켰지만 킥오프 회의 이후 지금까지 추가 회의를 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TF는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제약바이오벤처 혁신생태계 조성방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정부는 ▲원천기술 사업화 ▲투자환경 조성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 ▲혁신기반 구축 등을 약속했지만, 정권 교체와 조직 개편 등이 이어지면서 실행이 지연되고 있다. 그나마 내년도 예산에 118억원 규모의 제약·바이오 전용 연구개발(R&D) 사업이 신설된 것이 유일한 성과다. 지금까지 중기부는 바이오 기업을 위한 별도 지원사업 없이 일반 R&D 사업을 통해 지원해 왔다.
내년에 바이오 트랙이 따로 신설되긴 했으나 이 또한 관련 업계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넘지 못해 폐업에 내몰리는 기업이 적지 않고, 임상시험과 인허가 절차가 길고 복잡해 상용화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과도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진출을 위한 협력 플랫폼 구축이나 대형 제약사·위탁생산(CMO)과의 연계 인프라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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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벤처·스타트업 지원에서 중기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진다. 한 제약 스타트업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도 펀드를 조성하고 있지만 벤처·스타트업 지원은 중기부 소관"이라며 "실질적인 지원 사업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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