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사, 상무지구 A호텔 강제 집행
펜스 설치하고 영업금지 고시 내걸어
올해 예약된 예식장 줄취소 이어져
예비부부들 "'본인도 피해자' 황당"
호텔 "대출 연장 무리한 조건 내걸어"
신탁사 "만기된 대출, 채권 관리 차원"
광주 도심에서 최대 객실을 갖추며 예식장과 함께 운영 중인 호텔이 신탁사의 강제집행으로 애꿎은 예비부부들의 결혼식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무리한 조건을 내걸며 대출연장을 불허했다는 호텔과 대출만기·이자 미지급 등 장기채권을 관리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신탁사의 책임 공방 속 정작 예비부부들이 입은 피해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서구 상무지구에 있는 A호텔은 지하 5층·25층, 720개 객실, 웨딩홀 등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 호텔은 지난 2021년 B신탁사 510억원, 은행 200억원 등 총 710억원의 PF대출을 받고 지난해 2월 공사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현금과 부동산 등이 담보로 잡혔다.
A호텔은 8%의 대출 수수료 37억원, 이자 31억원, 공사 기성금 12억원 등을 제외하고 430억원만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준공 후 영업수익금은 미지급된 노무비와 하도급 업체 공사비로 쓰이게 됐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신탁사는 대출금 미상환을 이유로 건물 인도 소송과 영업정지 가처분, 건물 인도단행 가처분, 경·공매 진행 등 줄소송을 냈다. 영업금지 가처분은 올해 3월, 건물 인도 소송은 이달 초 승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호텔 주변에는 지난 22일 신탁사가 강제집행을 위해 2m 높이의 펜스를 설치했다. 신탁사에서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은 호텔 입구를 지키고 있으며, 호텔 입구에는 채권자인 신탁사와 채무자인 호텔이 적힌 영업금지 임시처분 고시가 붙여져 있었다. 호텔 내부에 위치한 편의점과 빵집 입구에도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웨딩홀을 예약한 예비부부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웨딩홀에서 결혼식이 예정됐던 오모(34) 씨는 지난 22일 호텔로부터 '신탁사가 불법행위를 진행 중이다'는 취지의 문자를 받았다. 취소하려면 직접 호텔을 찾아오라 해서 방문했으나 "최대한 예약된 예식은 진행을 하려고 하는데, 11월부턴 결혼식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란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급하게 다른 결혼식장을 알아봐야 했던 오 씨는 저녁 늦은 시간대로 예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 씨는 "광주에서 결혼식을 원하는 시간대에 하려면 1년 전에 예약해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예식장도 작년에 예약을 해뒀는데 호텔에선 이렇게 된 상황에 대해 '본인들도 피해자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매년 대관료도 오르고 있고, 결혼식을 미룰 순 없어 저녁 늦은 시간대 예식을 울며 겨자 먹기로 예약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이 예식장에서 결혼하려고 한 예비부부들 아니냐"고 호소했다.
또 다음 달 결혼 예정이었던 한 예비부부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호텔을 방문했으나, 주변에 설치된 펜스 등을 보곤 곧바로 취소했다. 올해 예약된 예식은 절반 이상이, 내년도는 전부 취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호텔 관계자는 "신탁사에선 대출 연장 조건으로 객실·예식 매출을 신탁사 계좌로 입금하고, 대출 연장 수수료 5억원 추가지급, 건물 제소전 화해 조서를 작성하라는 조건을 강요한 뒤, 즉시 공매절차를 진행했다"며 "올해 예식까지만이라도 제대로 진행하게 해달라고 신탁사에 요청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내년도 예식은 모두 취소했고, 파산 상태로 취소한 예식에 대해서도 위약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탁사 측은 "PF대출은 수수료와 이자, 건축 자금 등을 포함해 약정 후 집행했고, 호텔 측에서도 90% 이상을 공사비로 확보했다"며 "그럼에도 원금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부터는 이자도 미지급되는 등 장기 채권을 관리하기 위해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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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올해 3월 영업금지 가처분이 나왔고, 호텔 측의 무단점유 해소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건물관리 차원에서 펜스를 설치하게 됐다"며 "영업정지 가처분 결과가 나온 후에도 추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호텔 측에 예약을 받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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