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THE VIEW]AI 검증, 보이지 않는 노동

시계아이콘01분 58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생성형 AI가 만든 다른 시장 '검증 산업'
초안 작성 빨라졌지만 신뢰 확보 부담↑

[THE VIEW]AI 검증, 보이지 않는 노동
AD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까지 만들어내는 시대다. 여행 일정을 묻자 항공권 검색부터 숙소 추천, 세부 일정표 작성까지 단숨에 결과가 나온다. 식당 예약이나 쇼핑 목록도 몇 초 만에 정리된다.


그러나 이렇게 얻은 답을 잘못된 정보나 과장된 표현이 섞일 수 있어 그대로 믿기에는 찜찜하다. 다른 예로, 기업에서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해보자. 과거에는 직원이 며칠 동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해 초안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AI가 금세 초안을 생성해주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수치가 정확한지, 출처가 명확한지, 문맥이 맞는지 등을 사람이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는 초안 작성에 걸리는 시간은 줄었지만, 검증과 수정 시간이 늘어나 전체 업무 효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사람은 다시 확인하고 고쳐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는 지금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다시 사람이 확인하는 'AI 레이블링 시대'를 살고 있다.


이 흐름은 곧 새로운 역할과 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AI가 만든 텍스트와 이미지를 검증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으며, 결과물에 신뢰 점수를 매기거나 출처를 추적해 위조 여부를 판별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AI 학습 데이터 구축 과정에서 '데이터 라벨링'이라는 노동을 경험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지에 태그를 달고, 문장에 의미를 붙이며 대규모 데이터셋을 만들었는데, 이제 그 과정이 앞단이 아니라 뒷단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생성형 AI가 쏟아내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을 사람이 다시 확인하고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 검증 노동은 단순 반복적이면서도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잘못된 정보나 조작된 이미지 하나가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동은 과거 데이터 라벨링이 '보이지 않는 노동'이라 불렸듯, 저평가될 위험이 크다. 특히 교육, 언론, 행정 등 공공 영역에서 검증 부담이 커질수록, 사회 전체의 피로감은 더욱 빠르게 누적될 수 있다.

[THE VIEW]AI 검증, 보이지 않는 노동 생성형 AI가 쏟아내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을 사람이 다시 확인하고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야 하는 검증 노동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도 이 아이러니는 무겁게 다가온다. 기업은 AI 도입으로 효율이 높아질 거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검증 비용과 리스크 관리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블로그 글, 기획안, 이메일 초안을 생성형 AI가 작성해주어도, 결국 사람이 다시 읽고 다듬어야 한다. 심지어 AI가 쓴 글을 수정하는 데 드는 시간이 처음부터 직접 쓰는 것보다 길다는 불만도 나온다.


미국은 이와 같은 현상을 새로운 시장 기회로 바라보고 있다. AI 보안, 신뢰성 평가, 위조 감별 같은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AI 검증 산업'이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투자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AI'에 프리미엄을 붙이고, 대학과 연구소는 검증 기술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 최근에는 대형 기술기업도 자체적으로 AI 검증 부서를 만들거나, 외부 검증 스타트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AI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제도적 움직임도 뒤따른다. 연방거래위원회와 국립표준기술연구소는 AI 투명성과 검증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규제 리스크가 뒤따를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미국에서는 AI 검증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기업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더 많은 결과물을 생산하는 능력뿐만이 아니다. 그것이 진짜인지, 믿을 수 있는지, 사회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AI 레이블링 시대'는 단순히 새로운 피로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성 기반의 새로운 산업과 직업이 떠오르는 신호탄이다. 사회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얼마나 빨리 AI를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검증 체계를 갖추느냐다.


결국 생성형 AI의 혁신은 더 똑똑한 기계를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믿고 안심하며 쓸 수 있는 사용자의 경험 속에서 완성된다.


AD

손윤석 미국 노터데임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