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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되는 지름길" 이 음식, 한때 셰프가 솜씨 낸 고급요리…'1.3㎜에 담긴 비밀'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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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칩 두께, 1.3㎜ 안팎으로 수렴
식감과 보존 기능 균형 맞춘 비율
고급 요리로 시작…기술 발전으로 스낵화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얇게 썰어 튀긴 감자에 양념 가루를 묻혀 맛을 입힌 감자칩. 이 과자는 국내든 해외든 모두 비슷한 형태를 가졌다. 심지어 두께도 비슷하다. 왜 감자칩의 감자는 지금 우리가 먹는 딱 지금 수준의 두께로 잘려야 했을까. 여기엔 감자칩을 대중화하려던 식품 업계의 치열한 고민이 녹아 있다.

"뚱보 되는 지름길" 이 음식, 한때 셰프가 솜씨 낸 고급요리…'1.3㎜에 담긴 비밀'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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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칩 두께는 1.3㎜ 안팎

"뚱보 되는 지름길" 이 음식, 한때 셰프가 솜씨 낸 고급요리…'1.3㎜에 담긴 비밀' [맛있는 이야기] 감자칩. 픽사베이

시중에 판매되는 감자칩의 두께는 1.3㎜ 안팎이다. 보스니아 사라예보 대학 농업 연구팀이 전 세계의 대표 감자칩 20종을 모아 두께를 분석한 결과, 1.35㎜라는 결과가 나왔다. 세계 최대의 감자칩 브랜드인 미국 레이스(Ray's)도 이와 유사한 1.3㎜ 두께로 과자를 생산한다. 국내 감자칩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해태제과, 오리온 등 국내 대표 제과업체들이 내놓은 감자칩 제품의 평균 두께도 1.2~1.4㎜ 사이로 알려졌다.


감자칩 두께가 1.3㎜ 안팎으로 수렴한 것은 튀긴 음식의 특성 때문이다. 여러 재료를 혼합해 만드는 다른 과자와 달리 감자칩은 감자라는 원물을 썰어 튀기기 때문에 변질 위험이 높다. 감자가 너무 두꺼우면 감자 내 수분 때문에 칩이 금방 눅눅해지고, 반대로 감자가 너무 얇으면 기름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 산패에 취약해진다. 바삭한 식감과 보존 기능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다 보니 1.3㎜라는 평균값이 나온 것이다.

능숙한 셰프 솜씨 필요했던 감자칩, 원래는 고급 요리

지금은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저렴한 스낵이지만, 사실 감자칩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탄생한 음식이다. 19세기 후반 미국 뉴욕에 있었다는 한 고급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 조지 크럼이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자칩은 사람이 직접 감자 껍질을 벗긴 뒤 칼 솜씨를 발휘해 얇게 썰어내고, 이를 고온의 기름에 순식간에 튀겨 내놓는 요리였다. 재료는 달랑 감자 하나이지만, 능숙한 셰프의 손을 거쳐야 하기에 비싼 음식이었다. 감자칩은 호텔 식당 등에서 메인 요리와 곁들이는 식사로 나오곤 했으며, 미국 부자들은 감자칩만 담당하는 전속 셰프를 고용하기도 했다.


"뚱보 되는 지름길" 이 음식, 한때 셰프가 솜씨 낸 고급요리…'1.3㎜에 담긴 비밀' [맛있는 이야기] 최초의 감자칩 포장 봉투를 발명한 로라 스쿠더. 미국 과자 박물관 홈페이지

감자칩이 요리에서 스낵으로 변신한 건 1920년대 들어서다. 미국인 사업가 로라 스쿠더가 감자칩을 개별 포장할 수 있는 종이봉투를 발명했고, 덕분에 감자칩의 장기 보존도 가능해졌다.


또 다른 핵심 발명은 감자를 얇게 잘라주는 절삭기계다. 이전엔 최고의 식감과 기름기를 가진 감자칩을 만들려면 숙련된 셰프가 필요했으나, 절삭기계의 발명으로 셰프 없이도 대량 생산 가능해졌다. 포장지와 달리 절삭기계의 최초 발명가는 불분명하다. 다만 미국 특허청 아카이브엔 1906년 아이작 B. 랜스포드라는 발명가가 '감자를 비롯한 야채를 똑같은 두께로 잘라주는 요리용 기계' 특허를 내놓았다는 기록이 있다.


"뚱보 되는 지름길" 이 음식, 한때 셰프가 솜씨 낸 고급요리…'1.3㎜에 담긴 비밀' [맛있는 이야기] 미국 허버트 사의 감자 절삭기계 광고. 허버트 홈페이지

초창기 절삭기계는 손잡이가 달린 칼날에 더 가까운 물건이었다. 손잡이를 당기면 채칼이 내려와 감자를 잘게 토막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계 공학과 철강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절삭기계도 자동화·정밀화됐고, 지금은 대량의 감자를 1~2㎜ 두께로 자를 수 있게 됐다.

대공황 당시 차에 실어 배달

기계화된 절삭 공법, 장기 보존을 가능케 한 포장지 덕분에 감자칩은 누구나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저렴한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기름지고 열량도 높은 감자칩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끼니를 거르던 미국인들의 소중한 구호 식품으로도 활약했다. 이때 미국인 사업가 허먼 레이는 감자칩 봉투를 차에 가득 실어 미 대륙 전역을 누비며 배달하는 일을 시작했는데, 사업이 번창하면서 1937년에는 아예 감자칩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을 설립한다. 이 회사가 바로 글로벌 1위 감자칩 기업 레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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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되는 지름길" 이 음식, 한때 셰프가 솜씨 낸 고급요리…'1.3㎜에 담긴 비밀' [맛있는 이야기] 1933년 허먼 레이가 감자칩을 배달할 때 몰았다는 차량의 모형. 레이스 공식 엑스(X) 계정

국내에선 농심이 1979년 안양 공장에서 한국 최초의 감자칩인 포테토칩을 생산했다. 이후 1988년 오리온이 포카칩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감자칩 경쟁이 펼쳐졌다. 한때 소금맛 일색이었던 감자칩은 양파맛, 떡볶이맛, 허니버터맛, 청양마요맛 등 온갖 양념을 버무린 이색 과자로 거듭났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감자칩 매출은 4083억원에 달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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