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높은 특경법 횡령·배임 무죄 판단
재판부 "공정거래법 취지 정면 위반" 지적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개인 회사를 부당 지원하고 30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은 징역 10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됐다.
18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종호)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대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과 달리 2심은 처벌 수위가 높은 특경법상 횡령과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금호산업 주식 인수와 관련해 박 전 회장이 피해자 회사들의 자금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금호터미널 주식 저가 매각으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에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내식 사업권 양도와 관련된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에 그와 같은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주위적·예비적 공소사실에서 말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손해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봤다.
이외에 금호그룹 계열회사의 자금거래와 스위스 게이트그룹 계열사에 금호기업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등과 관련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주도하고 그로 인한 이익이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사람인 점,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도 피고인 박삼구가 금호그룹의 지배권을 회복하는 그 자체에는 동의한 점 등의 사정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의 금호그룹에 대한 지배권 회복 및 유지·강화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조직적·계획적 범행이라는 점과 매우 큰 규모로 부당지원 및 부당이익제공을 하도록 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임직원들도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임직원 3명 중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금호건설(옛 금호산업)에는 1심과 같이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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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회장은 2015년 12월 금호터미널 등 계열사 4곳의 자금 3300억원을 인출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 인수 대금에 쓰고, 이듬해 4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던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저가 매각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6년 12월 스위스 게이트 그룹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1333억원에 저가 매각하고, 그 대가로 게이트 그룹이 금호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무이자 인수하도록 거래한 혐의도 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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