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카인드, 친절한 것이 살아남는다'
친절 베풀 때 '사랑 호르몬' 분출
도파민 수치 높이며 선한 행동 반복
타인의 배려를 보기만 해도 전염
'친절은 곧 나약함' 오해가 걸림돌
오히려 심리 안정돼 조직성과 '쑥'
화목한 분위기 위한 '좋음'과 달리
친절의 목적은 '목표달성'에 있어
Q. "지금까지 당신의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 건 무엇이었습니까?"
A. "친절이 모든 일의 원동력입니다. 당신이 친절하고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한다면, 결국 당신이 승자가 될 것입니다. 이는 너무나 간단한 사실이죠."
2019년 10월 로마의 한 대형투자은행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저자가 받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다. 저자는 2009년 생산성·업무 효율 컨설팅 및 교육 전문 기업인 '싱크 프로덕티브'를 설립한 이래 글로벌 주요 기관과 기업의 생산성 개선에 참여했다. 유엔(UN) 총회와 런던 비즈니스 포럼, 아마존, 이베이, 폭스바겐, 캐논 등 수백 개 기관·기업이 그의 손을 거쳐 조직 생산성 향상을 이뤄냈다.
책은 주요하게 친절이 개인과 조직, 사회에 미치는 긍정 효과를 짚고, 친절에 대한 흔한 오해를 바로잡는다. 또한 친절해지는 것이 왜 어려운지를 분석하고, 친절해질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각종 연구 자료를 토대로 친절이 개인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전한다. 친절을 베풀 때 인간의 뇌에선 일명 '사랑 호르몬'이라 불리는 화학물질이 나오는데, 이는 심혈관계 건강을 증진하고, 우울감 해소와 유대감 형성을 돕는다. 친절은 도파민 수치도 높이는데,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면 목적의식을 갖는 데 도움을 준다. 일명 '헬퍼스 하이(타인을 도우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상태)' 상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도파민은 중독성이 매우 강해 선한 행동의 반복에 도움을 준다.
친절은 타인의 배려를 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전염된다. 2015년 코카콜라 마드리드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90분간 주변 사람들에게 소소한 친절을 베푼 실험군의 행복도가 비실험군보다 높게 측정됐다. 참여자들은 이전보다 자기 일에 긍정감이 높아졌고, 직원 간 유대감과 신뢰도도 더 커졌다고 응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해당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주변 동료들의 만족도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친절한 행동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옥시토신 수치가 올라가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친절한 행동을 담은 50분짜리 비디오를 시청하고 면역력 변화를 측정한 실험에서도, 타인의 친절을 목격한 실험자들의 이뮤노글로빈A(면역 항체)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저자는 친절이 심리적 안정감을 낳는다는 점에서 조직 성과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무례함의 비용' 연구에 따르면 관리자의 언어폭력과 실수에 대한 책임 전가, 상대를 깔보는 말 등은 직원 생산성의 심각한 하락으로 이어졌다. 48%의 직원이 업무에 들이는 노력을 줄였고, 38%의 직원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업무량을 줄였다. 80%의 직원은 일에 대한 걱정으로 근무 시간을 허비했고, 63%는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를 피하느라 근무 시간을 낭비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에 따른 생산성 손실을 연간 7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왜 친절해지기 어려울까. 저자는 여러 오해가 친절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책에는 대표적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쟁취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친절은 곧 나약함'이라는 오해, 친절은 타고난 기질이라는 편견 등이 거론된다. 저자는 예민하고 예측 불가한 스타일의 스티브 잡스와 도널드 트럼프 등의 일부 사례가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었다고 지적하면서, 현실에선 친절한 기업문화가 더 높은 성취를 이룬다고 역설한다. "잡스의 공격적인 리더십을 흉내 낸다고 해서 혁신적인 다음 애플 제품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건 성공의 청사진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대개 별 효과도 없다."
하나 주목할 점은 '친절'과 '좋음'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좋음은 화목한 분위기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지만 친절은 목표 달성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테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베푸는 건 '좋은 행동'이지만, 먼저 대화로 정확한 필요를 이해한 뒤에 돕는 건 '친절한 행동'이다. 일례로 영국에선 뇌전증 환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브레인스토밍'이란 단어를 '생각 샤워' 같은 표현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뇌전증 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뇌전증 환자가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 좋은 행동이었으나 친절한 행동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탈리아에는 카페 소스페소란 문화가 존재한다. 커피값을 미리 지불해 돈이 없지만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에게 무료 커피를 베푸는 것이다. 이런 문화는 수십 년간 이탈리아에 전해 내려오고 있다. 아마 여기서 "한국에선 안 돼, 금방 악용되고 말 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이들을 위한 '친절의 경험이 또 다른 친절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에 대한 내용이 책에 담겼다.
친절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풍부한 사례가 쉬운 이해를 도우나 유사한 사례의 반복이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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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드, 친절한 것이 살아남는다 | 그레이엄 올컷 지음 | 엄성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360쪽 | 1만9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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