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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공장의 죽음]⑤곧잘 기계에 끼이는 철판..."베테랑은 목장갑 끼고 손으로 빼내라 했다"

시계아이콘04분 56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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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현장 노동자의 일기장 보니
생산우선 원칙에 욕설, 불호령은 일상
"베테랑들은 기계 가동 중 작업을 겁내지 않았다"

편집자주이재명 대통령의 불호령대로 야간 초과 근무를 없애 노동강도를 낮추면 모든 게 해결될까. 반복되는 SPC그룹 공장의 끼임 사망 사고 핵심은 관리되지 못한 기계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위험 감지 시 기계를 멈출 수 없었다는 것에 있다. 아시아경제는 3건의 사망 사고 과정과 기계를 재구성하고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순간을 톺아봤다

수직적이고 억압적인 SPC 빵 공장의 근무 환경은 노후화된 기계(참고기사: SPC 사고의 핵심…멈출 기회조차 없었다), 안전장치 미비 등(참고기사: 위험한 기계 둘러싼 죽음의 공통점)과 결합해 사고의 반복으로 이어졌다. 기계를 중단하는 것이 곧 생산 목표 달성 실패로 이어진다는 압박이 강했던 빵 공장에는 감히 기계를 멈출 노동자가 없었다. 생산량 달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분위기는 당장 12시간 2교대 근무제를 폐지하더라도 사고가 반복될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9~11월 샤니 대구 공장에서 근무했다가 퇴사한 공의정 노무사가 당시 작성했던 일기장, 그의 동료였던 김모씨(36·여)의 증언, 그리고 여전히 일하고 있는 현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재구성했다.

공장에서는 어떤 일이…노동자의 일기장
2024년 9월 19일
추석 연휴가 끝나고 첫 근무를 시작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유니폼을 지급받고, 안전교육과 보건교육을 받았다. 안전교육 때 생산공장에서 산업재해 비율이 월등이 높다는 내용이 나왔다. 교육 담당자는 "종사자 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보건교육은 담당자가 없어 영상으로 대체됐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보건교육 담당자는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 처리 때문에 교육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업무에 바로 배치됐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작업장에 들어갔다. 기계에서 나온 반죽을 철판에 붙이는 작업을 했다. 어떠한 사전 설명 없이 사수의 불친절한 지시와 신경질적인 타박에 정신없이 따라 했다.
2024년 9월 30일
모자색으로 신분이 나뉜다. 입사 6개월 미만 신입은 노란색, 정규직은 흰색, 반장은 초록색, 라인장은 파란색, 품질팀은 자주색으로 구분된다.

정규직끼리는 서로 업무에 관여하지 않지만, 노란 모자에게는 사정없이 질책을 한다. 모든 게 처음이고 낯선 노란 모자의 행동이 답답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작업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일이 꼬이는 상황이 찾아오면 모든 화를 노란 모자에게 표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계약직인 노란 모자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그냥 참아낼 수밖에 없다.

오늘도 그랬다. 동기 A 언니는 처음 해보는 작업에 미숙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보고 고참이 상처되는 말을 쏟아내고 다른데로 가라고 했다. 첫인상에 일을 잘한다는 인식이 생기면 실수해도 용인해 주지만, 처음 보인 모습이 미숙하면 '일 못하는 애'로 찍혀 조금만 실수해도 크게 혼이 난다.
[빵 공장의 죽음]⑤곧잘 기계에 끼이는 철판..."베테랑은 목장갑 끼고 손으로 빼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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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일
오늘은 휴무다. 야간조에 들어가기 위한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했다. 야간조를 하고싶지 않았는데, 임산부 등 특수 상황이 아니면 모두 투입된다고 했다. 검진은 일사천리로 순식간에 마무리됐다. 야간 근무를 위한 의사와의 상담은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2024년 10월 10일
사수와 함께 버터롤 포장을 하게 되었다. 사수는 점심때까지 편하게 쉬면서 빵을 검수하는 작업을 하라고 했다. 마지막 빵까지 다 보내고 사수 쪽으로 가니 그곳에는 아직 다 포장하지 못한 빵과 재포장할 거리가 쌓여있었다. 편하게 쉬라던 사수는 "이렇게 될 줄 알면서 어떻게 한 번을 안 와보냐 XX"이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노란 모자인 내가 참아야지. 맞춰야지.
[빵 공장의 죽음]⑤곧잘 기계에 끼이는 철판..."베테랑은 목장갑 끼고 손으로 빼내라 했다"
2024년 10월 13일
야간근무다. 정형반에 가서 청소를 도왔다. 야간에는 별로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몸이 아프다. 원래도 12시만 넘으면 발목에 피가 안 통하고 삭신이 쑤셨는데, 몸이 무겁고 정신이 맑지 않다.
2024년 10월 26일
반장이 조회 때 A 언니가 몸살로 인해 안 나왔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오늘 사람이 모자라 일이 힘들거라고 이야기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오늘 모든 힘들었던 원인을 'A 언니가 결근해서'로 귀결시켰다. 아파서 못 나온 한 사람의 잘못인가? 그것도 신입에게. (나중에 A 언니에게 들은 말인데 다음 날 출근하니 반장이 불러 네가 결근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이 힘들었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빵 공장의 죽음]⑤곧잘 기계에 끼이는 철판..."베테랑은 목장갑 끼고 손으로 빼내라 했다"
2024년 10월 28일
힘든 하루였다. 오늘 포장반의 업무는 대략 이러했다. 일단 내가 컨베이어 벨트 맨 앞에서 빵을 담는다. 다 담지 못하고 남은 빵들이 컨베이어 벨트로 내려가면 뒤에서 두 명이 이를 담는다. 내가 빨리하지 않으면 다른 두 명의 일이 많아지고, 담지 못한 빵들은 쌓이게 된다.

압박감에 정신없이 하다보면 온몸이 긴장해 아프다. 특히 발가락에 절로 힘이 들어가는데, 고참 말로는 노란모자 뗐을 때 발가락이 시커멓게 변해있었다고 한다. 왼손은 포장지를 하도 만져 포장지의 노란색이 손에 물들고, 잉크 냄새가 진동한다. 소보루에 긁혀 살이 까진다. 1년, 3년, 10년을 일한 사람도 일에 적응이 안 된다 했던 이유가 있다.
2024년 11월 8일
정형반에서 어제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포장하다가 기계에 손을 다쳤다고 한다. 몇 바늘 꿰맸다고 하는 소리도 있고, 사실은 어디가 얼마나 다쳤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신제품 출시로 대표도 와있는 자리에서 긴장한 탓에 사고가 났다는 얘기가 있다.) 옆 라인의 사고조차 쉬쉬하는 분위기이다. 그 때문인지 옆 라인에 지원을 나가야 했다.

나도 지원대상이지만 라인 고참이 날 빼줬다고 했다. 왜 그런지 여쭤보니 다치면 안 된다고 보호한다고 뺐다고 한다.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고참 이모들은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슬펐다.

공 노무사와 공장 입사 동기였던 김씨도 일기에 등장하는 일들을 늘 겪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정형반에서 SPC 프랜차이즈 매장에 들어가는 햄버거 빵을 만들었다. 6구, 12구짜리 철판에 햄버거 반죽이 담겨 나오면 모양이 불량인 것은 없는지 이물질은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손 앞에 철판이 머무르는 시간은 5초 정도. 그 안에 6개, 12개짜리 반죽을 빠르게 검수해야 했다. 빠른 속도로 철판이 계속 움직이다 보니 일을 하다 보면 눈앞도 도는 것 같고, 마치 환 공포증처럼 느껴졌다는 것이 김씨의 이야기다.


그도 작업 중 위험천만한 순간을 겪었다. 오븐에 들어갔다가 다시 반죽을 담으러 나온 빈 철판은 곧잘 기계에 낀다. '덜컥'하고 철판이 이동하지 못하고 여러 번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면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다음은 김씨가 촬영한 영상이다.







원래대로였으면 공무팀을 불러 문제가 된 철판을 빼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그런데 동료들은 공무팀 인원이 많지 않아 한 번 부르면 언제 도착할지 모른다고 했다. 고참들은 이 정도는 공무팀 부를 정도가 아니라며 직접 목장갑을 끼고 오븐에서 막 나온 철판을 빼내면 된다고 가르친다. 빵이 철판에서 잘 떨어지라고 바르는 기름으로 바닥부터 기계까지 온 곳이 미끄러워도 기계 사이를 숙여가며 이동한다고 했다. 그나마 어디서 철판을 직접 빼야 하는지 알려주는 고참은 친절한 편이다. 대부분은 '눈치껏 알아서' 해야 한다. 일을 못 하면 지켜보고 있다가 또 뒤에서 불호령이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베테랑들은 기계 돌아가는 와중에 작업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 김씨는 포장반으로 재배치를 받아 봉투를 재단하는 일을 맡았다. 봉투는 위에서 칼날이 작두처럼 떨어져 비닐을 재단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비닐 포장 봉투는 들어가는 빵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한 제품 생산이 끝나면 다른 비닐 포장지로 갈아 끼워야 한다.

라인 고참은 "칼 떨어지는 것만 조심하면 된다"며 기계 칼날이 그대로 떨어지는 데 손을 넣어가며 포장지를 교체했다. 칼날이 떨어지는 박자에 맞춰서 손을 넣었다 뺐다 하면 된다고 했다. 김씨가 교체해야 할 타이밍에 용기가 없어 머뭇거리고 있으니 바로 고참은 "답답하니 나오라. 내가 하겠다"며 기계에 손을 넣었다.


공 노무사와 김씨, 그리고 다른 입사 동기들은 업무가 끝나면 단톡방에 서로 멍이 든 팔다리 사진을 올리곤 했다. 정신없이 일하고 뛰어다니다 보면 일할 때는 멍든 줄도 모른다고 했다.

스스로 기계가 된 베테랑

"작업하다 보면 빨리 빨리하라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듣거든요. 동료들에게도 듣고. 제가 일을 머뭇거리거나 못하면 다른 사람이 피해 본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공 노무사는 이렇게 말했다.


SPC는 매일 수백만개의 빵을 생산한다. SPC가 홍보하는 '국내 최대 규모 평택 SPC 공장'에서만 하루 461만개의 빵이 만들어진다. 공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라인 하나에서 10분마다 몇천개의 빵이 나온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반죽을 만들어 붓고, 옮기고, 틀에 붓고, 굽고, 식히고, 포장하는 작업은 모두 연결돼있다. 한 파트가 중단된다면 나머지 공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문제가 생긴 제품은 불량으로 간주, 폐기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하루 생산 목표치가 몇만개씩 늘어나는 날이면 비상이 걸린다고 했다. 관리자는 다른 라인 대비 생산율이 떨어지지 않는지를 체크하고, 작업 속도가 떨어질 경우 분발할 것을 지시한다. 그래서 '위험하니 기계를 세우겠다'는 것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는다. 공 노무사뿐만 아니라 다른 퇴사자와 현직자도 "연차가 웬만큼 찬 반장도 라인을 세우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주임급 이상이 와서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기계를 멈추지, 그 아래 사람들은 기계 멈추는 버튼을 감히 누를 수 없다는 것이다. 오래 일하다 보면 '생산 우선' 원칙에 자신을 맞추게 된다고 했다. 어느새 스스로가 '빨리빨리'에 맞추게 되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일머리가 없고 도태된 사람으로 비춰진다고 했다.


소스 배합기 사망사고 유족 측 소송대리인이었던 오빛나라 변호사는 이런 기업의 압박, 그리고 압박이 내재화된 분위기가 노동자들의 등을 떠밀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컨베이어로 끊임없이 돌아가는 공장을 멈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것보다, 차라리 사람이 다치는 것이 더 비용적으로 저렴하다고 여기지 않고서는 이렇게 한 회사에서 사고가 반복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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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측은 공 노무사가 빵 공장에서의 경험들을 일기장에 적은 것과 관련해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밝혔다. 공장 안에서 노동자가 기계 자체를 멈출 수 없는 시스템, 즉 작업중지권이 보장되지 않는데 대해서는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독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PC의 기계 끼임 사고의 더 자세한 내용은 아시아경제 비주얼 뉴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asiae.co.kr/visual-news/article/2025091015165318961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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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22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님과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 두 분 모시고 최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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