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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구금 고통보다 공장을 먼저 걱정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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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구금 고통보다 공장을 먼저 걱정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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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세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언제 미국에 다시 나갈 수 있을지 몰라 걱정입니다."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됐다 풀려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협력사 직원들이 귀국한 인천국제공항. 이곳에서 만난 한 직원은 미국 정부에 대한 서운함보다 공장 걱정부터 쏟아냈다. 일주일간 수염도 제대로 깎지 못해 초췌한 얼굴로 도착한 그 순간에도 그의 머릿속엔 지구 반대편 배터리 공장이 먼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대여섯 살로 보이는 어린아이와 공항에 온 아내는 "남편이 비행기에서 돌려받은 휴대폰으로 전화하자마자 공장을 그대로 두고 온 걸 걱정했다"며 "마지막 세부 작업을 완성할 수 있도록 이 사람들에게 합법적이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취업 비자를 보장해 달라"라고 울먹였다.


기자가 공항에 가기 전 예상했던 답변은 "일이고 뭐고 미국은 쳐다보기도 싫다. 다시는 출장 가지 않을 것"이란 취지의 답변이었다. '72인실에 곰팡이가 핀 침대 매트,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삶은 콩, 인종차별까지….' 공항에서 들은 생생한 구금 생활을 들어보면 그곳에 없었던 사람들마저도 상상조차 하기 싫은 참상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의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은 공장 걱정이었다. 고생 끝에 귀국한 자리에서 미국에 두고 온 일부터 걱정하는 한국인의 근성은 씁쓸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구금됐던 직원들과 가족들은 "해외 출장은 기술자들의 커리어에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외 현장에서 쌓는 경험은 단순한 출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낯선 환경에서 기술적 난제를 풀고 공정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개인의 역량을 키우고 한국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밑거름이 된다. 한국인 직원들이 보여준 책임감과 헌신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자산이다. 이 자산을 지켜내고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몫은 개인이 아닌 국가와 기업에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배터리 업계뿐 아니라 반도체, 조선 등 해외에 진출한 산업 전반에서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는 리스크다. 미국 현지에서 불거진 비자 문제와 당국 단속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위험이었지만 정부와 기업 모두 관리보단 외면으로 일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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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은 분명하다. 정부는 미국 당국과 협의해 취업 비자 쿼터를 확대해 구금됐던 직원들이 향후 입출국 과정에서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귀국하자마자 공장 완공을 걱정하는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해야 한미 산업 협력도 튼튼하게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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