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건강한 서울 9988' 종합계획 발표
체력인증센터 2030년까지 100곳 설치
외식업소 1만5000개소 잡곡밥 옵션
시립병원에 '노인전문진료센터' 신설
서울시가 2030년까지 서울시민의 건강수명을 3년 늘린다. 서울시민의 연간 진료비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데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자지구 곳곳에 체력인증센터를 건립하고 외식업소에 잡곡밥 옵션을 늘리는 등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건강 관리 지원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더 건강한 서울 9988'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개인 실천을 넘어 시민 맞춤 정책과 사회시스템으로 시민건강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서울시청에서 '건강도시 서울 종합계획 더 건강한 서울 9988'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계획에는 매일 운동하는 도시, 건강한 먹거리 도시, 어르신 건강노화 도시, 건강도시 디자인으로 서울시민 맞춤형 정책과 사회시스템 지원이 특징이다. 2025.09.10 윤동주 기자
서울시는 서울시민 연간 진료비가 20조원을 넘어서고 60세 이상 진료비가 전체의 54%(11.5조)를 차지하는 등 사회·경제적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더욱이 현재 서울 시민 기대수명은 평균 83.2세(2022년 기준)인 반면 아프지 않고 활력 있게 사는 건강수명은 70.8세로 12년 넘는 차이를 보인다.
서울시는 단순 재정 지원이 아닌 사회시스템 개편을 통한 건강 관리로 방향을 전환한다. 핵심은 2030년까지 건강수명은 3세 높이고(70.8→74세), 운동 실천율도 3% 포인트 올려(26.8→30%) '평생 건강한 도시 서울'을 실현하는 데 있다.
우선 시민들이 체력상태를 측정하고 전문가 진단과 운동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체력인증센터'를 2030년까지 100곳을 운영한다. 또한 체력등급향상 시 건강 포인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서울체력 9988'을 가동한다. 개인별 신체 상태, 운동역량 등을 파악한 후 측정 결과를 건강관리 프로그램과 연결해 개인별 맞춤 운동 플랜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생활체육 인프라도 확충한다. 2030년까지 날씨에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가상현실 스포츠실'을 100곳으로 늘리고 지역 내 학교 체육시설 100곳을 시민들에게 개방해 지역·세대별 건강 격차 해소에 나선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민참여형 체육 축제도 늘린다. 올가을 시민 5000명이 참여하는 걷기 방식 '느림보 마라톤 대회'를 진행한다. 내년부터는 연 7회로 횟수를 늘리고 2030년에는 시민 1만명이 참여하는 서울 대표 건강축제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먹거리 관리도 추진한다. 외식업소 잡곡밥 옵션을 도입하는 것으로, 올해 1000곳을 시작으로 내년 3000곳, 2030년까지 총 1만50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참여 업소에는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향후 배달앱과도 연계하기로 했다.
어린이를 위한 지원책도 포함했다. 편의점과 학교 매점을 중심으로 어린이 눈높이 진열대에는 고염이나 고당식품은 빼고 건강식품을 배치하는 '우리아이 건강키움존'을 도입한다. 내년 300곳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2000곳으로 확대한다. '가공식품 영양등급제'의 단계적 도입도 예고했다. 시민들의 소비가 많은 음료, 라면, 과자류 등을 중심으로 당·나트륨 함량을 쉽고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등급을 표기하는 제도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고령층을 위한 맞춤 지원책도 내놨다. 질병 치료는 물론 영양·근력·인지 기능 등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선진국형 노인 돌봄 모델(ICOPE)을 도입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서남병원, 동부병원 등 4개 시립병원에 '노인전문진료센터'를 신설한다. 내과·가정의학과·재활의학과 등 다분야 협진을 통해 환자 선별부터 치료, 퇴원 후 지역사회 연계까지 끊임없는 원스톱 진료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도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집 가까운 곳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서울 건강장수센터'도 올해 5개 자치구 13곳에서 내년 전체 자치구 43곳으로 확대한다. 방문간호사가 가정을 찾아 만성질환부터 우울 검사까지 총 64개 항목에 대한 건강 상태를 세밀하게 살피는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도 예정됐다.
주거환경, 교통, 여가 등 도시 전반에 건강 요소를 반영하는 시도에도 나선다. 서울 곳곳에 '건강 쉼 벤치'를 설치해 자연스럽게 오래 걸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대표적이다. 공공건축물의 설계 공모 단계부터 '걷고 싶은 계단'을 넣는 것도 논의 중이다. 이밖에 서울시민 240만명이 이용 중인 서울시민 건강관리 플랫폼 '손목닥터 9988'도 버전업한다. 개인별 걷기 성과에 따라 최대 3~10% 보험료 할인제도를 도입해 자발적인 건강 습관 형성을 유도할 계획이다.
지금 뜨는 뉴스
이번 종합계획 수립에 참여한 정희원 서울건강총괄관은 "시간이나 경제적 여건에 상관없이 시민 누구나 건강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생활 환경을 만드는 게 정책과 시스템의 역할"이라며 "저속노화를 위한 고속정책을 추진하는 도시를 목표로 시민들의 건강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