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지휘' 권한 없는 행안부 장관… '민주적 통제' 사실상 불가능
경찰 내부서도 '회의적 반응'… "'수사 개입 없다' 당당히 말할 수 있나"
검찰의 수사 기능을 넘겨받게 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두는 방안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중수청이 행안부 산하가 되면 우리나라의 수사를 담당하는 모든 기관이 한 곳에 몰려있는 기형적인 형태가 되는 셈인데, 경찰과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산하에 둔 행안부가 중수청까지 품게 되면 거대 '공룡 수사 조직'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5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행안부에 중수청을 둘 경우 사실상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행안부 산하에 중수청을 설치하게 되면 경찰·국수본과 같이 통제받지 않는 수사기관이 추가되는 결과만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수청은 현재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 해당하는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이관받아 큰 틀에서 수사·기소 분리를 구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는 것인데, 준사법기관이 될 중수청의 성격을 고려할 때 법무부 산하로 두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문제는 행안부 산하의 중수청이 될 경우 현재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경찰·국수본과 마찬가지로 통제를 받지 않는 또 하나의 권력기관만 추가로 늘어나게 된다는 데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은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의 구체적 사건에 대해 일체 지휘·감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중수청을 총괄 지휘·감독하는 중수청장을 통제할 수단이 없다.
애초 민주당보다 앞서 검찰개혁 법안을 낸 조국혁신당은 법무부 장관이 일반적으로 중수청의 수사공무원을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청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 현행 검찰청법과 같은 구조로 중대범죄 수사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게 돼 있다.
행안부가 거대한 수사 권력기관으로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찰청과 국수본에 더해 중대범죄 수사권을 가진 중수청까지 행안부 소속이 되면 행안부의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와 선거를 총괄 관리하는 조직인데, 모든 수사권을 틀어쥐게 될 경우 수사를 통해 지자체와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수사관 등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행안부가 인사를 통해 이른바 '수사 메시지'를 전달하기 용이해지는 구조가 된다는 의미다.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검찰청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경찰청법에 따라 "경정 이하의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이 임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행안부의 중수청 수사관은 경찰·국수본과 유사한 임용 구조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인사권을 행사해 수사의 방향 자체가 틀어질 수도,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경찰 간부는 "사법경찰관에 '관'이 붙는 이유는 경찰관 본인의 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현재 경찰과 국수본의 수사 과정에서 인사에 의견을 행사할 수 있는 상급자의 의견이 일절 개입되지 않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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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에서도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부처 내에 수사기관이 몰려 있는 구조가 되면 경쟁을 하게 되고 수사 대상, 범위 등이 불분명해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또 행안부에 중수청을 두게 되면 인력 충원과 배분, 경찰·국수본과의 인적 교류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방안도 빠져있어서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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