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루이즈 부르주아 개인전
'Rocking to Infinity'
말년 20여년 예술세계 조명, 50여점 전시
'두 사람' '붉은색' '대조적 개념의 혼합'
루이즈 부르주아의 개인전 'Rocking to Infinity'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3가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부르주아는 작품에서 빨간 '과슈'(불투명 수채화 물감)를 주로 사용했는데, 관련해서 생애 후반 20여년에 걸쳐 작업한 조각 및 드로잉 50여점을 전시했다.
부르주아 빨간색을 주로 사용한 이유는 명확지 않으나, 생전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던 그의 정서에 빨간색의 강렬함이 부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는다. 전시 기획에 참여한 필립 라랏 스미스 이스턴 파운데이션 큐레이터는 "빨간색이 가진 감정의 강도가 부르주아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붉은색이 출산(출혈)과 관련한 색이라는 점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르주아는 출산을 엄마로부터의 분리라고 간주했고, 일생 완전하고 영속적인 결합을 갈망했고, 그러지 못한 현실 속에서 큰 불안감에 시달렸다.
붉은색의 두 손이 서로를 향해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장면을 다양하게 변주한 연작 '10 AM Is When You Come To Me'(2006)는 오랜 시간 부르주아의 어시스턴트로 호흡을 맞춘 고로보이와의 관계를 악보처럼 시각화한 작품이다. 둘 중 큰 손이 고로보이의 손이며, 반지를 낀 손이 부르주아의 손이다. 이와 관련해서 스미스는 "부르주아가 수학을 공부했던 이력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악보에선 혼란 중에 안정을 찾는 기하학적인 모습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전시장 중앙의 작가와 고로보이의 포개어진 손을 형상화한 조각 'Untitled(No.5)'(1998)은 두 사람의 정서적 결합을 표현한 작품이다. 생전 부르주아는 대리석이 인간의 살과 비슷하다고 여겨 자주 작품에 활용했다. 스미스는 "작품 속 손 모습은 부상자 등을 옮길 때 취하는 '엔젤스 체어'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연결을 상징한다"며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 채로 닫힌 상태가 무한히 지속하는 상황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조형 작품인 'Fountain'(1999)에서도 '결합'과 '무한성'이 엿보인다. 조형의 꼭대기에선 두 개의 나선형 언덕에서 물줄기가 흘러나와 하나로 합쳐 흐르는데, 두 언덕은 무한을 상징하는 '8'의 형태를 이룬다. 둘이었으나 하나가 된, 친밀한 관계를 이룬 상태로 영원을 갈망하는 부르주아의 바람이 느껴진다.
천장에 매달린 'The Couple'(2007~2009) 작품은 여성의 머리에서 뻗어 나온 나선형 구조 속에 남성과 여성이 포개진 모습을 하고 있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가까이 가면 작품에 관람객의 얼굴이 비치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는 점이 관람 포인트다. 서믿음 기자
천장에 매달린 'The Couple'(2007~2009) 작품은 여성의 머리에서 뻗어 나온 나선형 구조 속에 남성과 여성이 포개진 모습을 하고 있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가까이 가면 작품에 관람객의 얼굴이 비치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는 점이 관람 포인트다. 스미스는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달리 보이는데, 이는 각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욕구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남을 상징한다"며 "조형물이 하나의 줄에 의지해 매달린 건 연약성과 취약성을 드러낸다. 부르주아의 작품은 늘 대조되는 지점을 함께 다루는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 외에 벽면 하단에는 자화상과 연인, 어머니와 아이, 이상적인 어머니상, 가정, 풍경 등 생애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탐구했던 모티프를 담은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 속에서는 특히 '두 사람'의 구도가 눈에 띄는데 이는 타인과 맺는 관계를 중시했던 부르주아의 관점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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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한옥 전시관에서는 1994년 커피 필터로 작업한 25점의 작품 중 16점을 선 보인다. 해당 작품들은 부르주아의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원형 형태를 띠고 있다. 부르주아가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 주변의 물건을 사용해서 작업한 즉흥성이 깃든 작품으로 알려진다. 스미스는 "원형의 모습은 미술사적으로 르네상스의 톤도 회화(르네상스 시대의 원형 예술 작품)에서 많이 사용됐다. 주로 엄마와 아이에 관한 내용을 다뤘는데 부르주아도 이점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 같다"며 "엄마에게 돌아가길 갈망했던 부르주아의 바람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0월26일까지 이어진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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