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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태극마크 떼겠다는 국가대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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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2차 개정에 기업들 해외서 활로 탐색
해외서 벌어들인 자본, 국내로 안 들이려
'국가대표' 기업들도 같은 행보
기업들의 경영 지킬 보완 입법 필요

[기자수첩]태극마크 떼겠다는 국가대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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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이 두 차례에 걸쳐 고쳐진 데 대한 재계 반응을 취재하면서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굳이 본국으로 가져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주주의 권한 확대, 이사회 진입 요건 완화 등으로 외부 세력이 경영에 관여할 여지가 커지면서 국내에서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법 개정이 기업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으로 본다.


그 결과 기업들은 해외에서 번 돈은 해외에서 쓰고 투자도 현지 확장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해외시장에서 활약해온 기업들은 국내보다 해외 공장 건설과 투자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주력 기업들의 경영 무대가 사실상 외국으로 이동한다면 이들을 더 이상 '국가대표'로 부르기는 어렵다.


추세는 더욱 짙어지고 우리 눈에 보일 만큼 명백해질 것으로 보여 더욱 문제다. 이웅재 한국산업연합포럼 선임연구원은 "제조업 부활을 위한 리쇼어링(국내 복귀) 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이나, 법인세를 대폭 낮춰준 아일랜드 등 우리 기업들을 끌어들일 만한 유인책을 최근 많은 국가가 시행하고 있다"며 "많은 기업이 해외 자본을 해외에서 소비하고 투자하는 것이 사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전해지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변화가 불러온 불신과 피로감이 기업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법 개정안이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 이른바 '반기업법'으로 불리는 규제 입법 과정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한층 고조됐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을 범죄 영역으로 끌어들인다"고 했고,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도 "건전한 산업자본이 역차별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두 제도의 취지가 소액주주 보호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 사이에서는 경영 리스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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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이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기업들의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경영 정보를 내놓아야 하는 부담과 이사회 변동성 확대는 자금 운용을 위축시키고 돈의 흐름부터 바꾼다. 국내로 들여오던 자금을 현지에 묶어두고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줄이려는 것이다. 그 자금이 만드는 공장과 일자리도 함께 옮겨가고, 연구개발(R&D) 거점과 의사결정 구조까지 해외 중심으로 재편될 위험성이 높다. 해외 자금 유출은 곧 산업 기반의 이탈이다. 시급한 것은 보완 입법이다. 배임죄 개선이나 경영판단 원칙의 명문화는 경영권 보호라는 좁은 의미를 넘어 국내 산업과 경제, 그리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장치다. 돈이 안전하게 국내에서 쓰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공장이 남고, 기술이 축적되며, 산업 경쟁력이 유지된다. 남들이 탐낼 만한 기술과 인재를 가지고도 보호장치 없는 규제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텅 빈 껍질로 전락하고, 태극마크의 의미를 잃게 해선 안 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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