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상법 개정 '보유 자사주 1년 내 소각'
자본시장법 'M&A땐 의무공개매수' 개정 논의
"자사주 소각 등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 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담은 '더 세진 상법'이 지난 25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달 국회에서 세번째 상법 개정을 통해 대선 공약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자사주의 경우 주식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이슈다. 상법 개정 이후에도 인수합병(M&A)시 의무공개매수 도입 등 '메가톤급'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시에 직접 영향 줄 '자사주 소각' 의무화
두번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함께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변경,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모든 감사위원 선임때 3%룰 적용,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도입됐다. 대부분 그동안 '주주총회 들러리'에 그친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세번째 개정에서는 보다 주식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도입된다.
여당의 5개 상법 개정안은 신규 취득 자사주에 대해서는 '언제까지 소각하느냐'에서 차이만 있다. 여당의 경우 김현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의 '취득 즉시'부터 김남근·민병덕 의원의 '1년 이내', 이강일 의원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 등 다양하다. 조국혁신당의 차규근 의원은 '6개월 이내'로 발의했다. 임직원 보상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국회 상법 개정 논의와는 별개로 정부도 공시 제도 등을 통해 자사주 소각을 촉진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서 자사주 보유공시 대상을 발행주식총수의 5%에서 1%로 확대하고, 실질적인 자사주 처분·소각 계획 공시를 위해 서식을 구체화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또한 발행주식총수에서 자사주를 제외하는 공정거래법 개정도 예고했다.
이런 국회와 정부 움직임에 그동안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자금 조달 등 목적으로 활용해온 기업 활동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자사주 활용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 가치가 제고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M&A때 소액주주 차별 금지' 20여년 만에 재도입
1차 상법 개정때 도입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함께 앞으로 의무공개매수를 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 M&A 관행이 대폭 바뀔 전망이다. 의무공개매수는 상장사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할 때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말 도입됐다가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라졌다. 이 때문에 M&A를 할 때 지배주주만 비싼 가격에 주식을 팔고, 소액주주들은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현재 지분 25% 이상 취득 시 잔여 주식 전량(100%)을 의무 공개매수하는 안(강훈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과 50%+1주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안(강명구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안이자 2022년 정부 제시안)이 논의되고 있다.
만약 100% 공개매수하는 안이 채택될 경우, 상장 기업 인수 비용이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이같은 개편이 오히려 상장사 M&A를 어렵게 해서 기업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밖에도 상장사간 합병시 합병가액 공정가액 산정 원칙을 명문화하고, 순자산가치를 하한선으로 두는 것과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일정 공모 신주를 우선배정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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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차 상법개정까지는 여당 당론으로 이미 의견이 모아진 사항이었지만, 3차 상법개정 및 국정계획에 담긴 방안은 아직 여당 내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세부사항과 일정에 많은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세제개편안 등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약화되었으나, 3차 개정안에서 논의될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시장의 관심이 제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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