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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짜리 로봇도 7000만원이면 '뚝딱'…짝퉁 거리, 로봇 메카로 변신했다[中 휴머노이드 생태계 대해부]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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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전자제품 거리에서 로봇 부품 집산지로
해외 바이어들도 온·오프라인으로 찾는 이곳
中 업체들, 7000만~8000만원이면 로봇 1대 만든다
화창베이 등 선전 전역에 펼쳐진 부품 공급망

편집자주중국 선전의 학교 운동회에는 학부모가 로봇을 데리고 오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로봇 올림픽을 개최할 정도로 중국에선 로봇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이런 풍경은 쉽게 로봇을 제작할 수 있는 생태계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전 화창베이에선 하루 만에 로봇 한 대를 제작할 부품을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로봇은 다시 공장 등으로 투입돼 생산성을 높이는 선순환 효과를 일으킨다. 반면 한국은 로봇이 연구실과 시제품에 머무르고 있다. 산업화의 출발선조차 제대로 밟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시아경제는 중국 선전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의 구조와 속도를 조명했다. 세계가 이미 상용화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한국이 놓친 과제를 짚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산업 전략을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할지 절박한 해법을 모색한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 로봇 한 대 값 7000만원'.


중국 선전시 푸톈구 화창베이 전자상가에 들어서자 매대마다 로봇 팔, 모터, 감속기, 센서가 가득 쌓여 있었다. 예전엔 '짝퉁 전자제품 거리'로 불리던 이곳이 지금은 전 세계 바이어들이 몰려드는 로봇 부품 집산지로 변해 있었다. 건물 한두 개 층만 돌아봐도 로봇 한 대를 뚝딱 조립할 수 있을 만큼 부품이 넘쳐났다. 상가에서 직접 고르든, 온라인으로 주문해 다음 날 받아보든 필요한 부품은 즉시 손에 넣을 수 있는 곳이 화창베이다.


3억짜리 로봇도 7000만원이면 '뚝딱'…짝퉁 거리, 로봇 메카로 변신했다[中 휴머노이드 생태계 대해부]① 지난달 18일 기자가 방문한 선전시 푸톈구 화창베이 전자상가 내부 상점 모습. 최근 리뉴얼해 내부 수리를 마쳤다. 사진 박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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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3억, 중국선 7000만원…화창베이 한 바퀴에 로봇이 뚝딱"

기자는 화창베이에서 직접 휴머노이드 로봇에 필요한 부품 견적을 뽑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검수를 받아 가상으로 로봇 한 대를 만들어 본 것이다. 전자상가 1기(1동) 건물 2층에 입점한 여러 점포에선 로봇 제작에 쓰이는 모터, 감속기, 마이크로 제어 보드, 서보 드라이버, 스크루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 부품들은 교육용 로봇부터 드론, 4족 보행·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쓰인다. 일부 가게들은 작은 로봇 완제품들을 직접 팔고 있기도 했다. 또 다른 건물에는 고성능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카메라 센서와 배터리 등 부품들도 판매되고 있었다. 건물 2개동 1~2개 층만 돌아봐도 로봇 한 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3억짜리 로봇도 7000만원이면 '뚝딱'…짝퉁 거리, 로봇 메카로 변신했다[中 휴머노이드 생태계 대해부]①
3억짜리 로봇도 7000만원이면 '뚝딱'…짝퉁 거리, 로봇 메카로 변신했다[中 휴머노이드 생태계 대해부]① 20년간 전자부품 유통 회사 이화세미컴에 근무한 진익화 선전 한국상공회장이 기자와 함께 지난달 18일 화창베이 부품 상가 내부를 돌아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준이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 1대를 만드는 데는 구동기, 감속기, 베어링, 촉각 센서, 손과 관절, 각종 센서 등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구할 수 없었던 촉각센서와 인공지능(AI) 칩·컴퓨팅 모듈 등 고성능용 부품의 경우 알리바바 웹사이트를 통해 검색했다. 부품 종류마다 가격대는 천차만별이지만 이날 살펴본 부품 가격대를 기준으로 상가들을 돌며 견적서를 뽑아 보니 약 70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최저 금액·현지업체 대량공급 평균). 국내 로봇 제작 업체들이 로봇 1대당 연구개발(R&D)용으로 투입하는 비용(2억~3억원대)의 약 4분의 1 수준이었다. 중국 현지 로봇 제조사들은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거나 대량 공급을 할 경우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7000만원대에 맞춰본 이 로봇은 완전한 고성능 휴머노이드는 아니지만 물류·생산 공정에서 물건을 운반하는 등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수준은 됐다.


3억짜리 로봇도 7000만원이면 '뚝딱'…짝퉁 거리, 로봇 메카로 변신했다[中 휴머노이드 생태계 대해부]① 지난달 18일 기자가 방문한 선전시 푸톈구 화창베이 전자상가. 상가에 입점한 교육용 로봇 부품 판매 업체의 모습. 사진 박준이 기자.

고객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 바이어까지 다양했다. 모듈 관련 부품을 판매하는 웬디 뤠한뎬즈 대표는 "개인이 아닌 국내외 기업인들이 도매용으로 로봇 부품을 사 간다"며 "최근엔 해외 바이어들의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바이어들이 이곳 화창베이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부품 가격이다. 오랜 시간 수많은 부품 업체가 경쟁하며 가격을 낮추고 최근에는 부품의 질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서 20년간 전자부품 유통 회사 이화세미컴에 근무한 진익화 선전 한국상공회장은 "중국 부품사가 없으면 한국 제조업체들도 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3억짜리 로봇도 7000만원이면 '뚝딱'…짝퉁 거리, 로봇 메카로 변신했다[中 휴머노이드 생태계 대해부]① 지난달 18일 기자가 방문한 선전시 푸톈구 화창베이 전자상가 외부 전경. 화창베이에는 15개의 대형 상가를 포함해 23개의 상가 건물이 모여 있다. 사진 박준이 기자.

"車 공급망이 로봇 스타트업 키웠다"

3억짜리 로봇도 7000만원이면 '뚝딱'…짝퉁 거리, 로봇 메카로 변신했다[中 휴머노이드 생태계 대해부]①

중국에서 로봇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탄탄한 자동차 공급망이 꼽힌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정부는 당시 자동차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합자 제한 완화, 보조금 정책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원자재-부품·모듈-제조-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친 산업 공급망이 형성됐다. 수많은 업체 간의 네트워크와 이를 바탕으로 세분화된 산업 분야, 정부의 인프라 지원이 맞물려 완성된 것이다. 로봇 산업 역시 자동차와 세부 부품이 겹치기 때문에 부품사들이 자동차와 로봇을 동시에 납품하면서 생산 규모를 키우고 스타트업까지 생태계에 편입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특히 선전은 IT 클러스터가 밀집된 지역이다. 선전에 짜인 촘촘한 공급망 생태계는 창업을 원하는 스타트업에는 '천국'과 다름없다. '주강 삼각주'라고 불리는 선전·광저우·동관·주하이 일대는 거대한 초대형 전자·로봇·IT 부품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세부적으로는 난산구(연구·AI·로봇 R&D), 바오안구(모터·부품 제조), 룽강구(전자·부품), 푸톈구(부품 유통 허브), 광밍구(로봇·스마트제조) 등에 제조, 부품 기업들이 밀집돼 있다. 로봇 산업이 신산업임에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오전에 부품 주문하면 오후 도착

3억짜리 로봇도 7000만원이면 '뚝딱'…짝퉁 거리, 로봇 메카로 변신했다[中 휴머노이드 생태계 대해부]① 지난달 18일 기자가 방문한 선전시 푸톈구 화창베이 전자상가. 상가에 입점한 모듈 전문 판매 업체의 모습. 사진 박준이 기자.
3억짜리 로봇도 7000만원이면 '뚝딱'…짝퉁 거리, 로봇 메카로 변신했다[中 휴머노이드 생태계 대해부]① 지난달 18일 기자가 방문한 선전시 푸톈구 화창베이 전자상가 내부 상점 모습. 로봇에 쓰이는 모터 등 부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 박준이 기자.

화창베이에서 시작된 거대한 공급망은 선전 전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전후로 온라인 영역으로 유통 방식이 변화한 영향이다. 알리바바·1688닷컴·DH게이트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주문이 빠르게 늘고 있다. 화창베이는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거대한 부품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야디(BYD)가 투자한 로봇기업 파시니의 공동창업자인 니에 샹루는 "R&D 센터에서 필요한 게 생기면 오전에 부품업체에 전화하면 빠르면 당일 오후, 늦어도 다음날 도착한다"며 "속도가 빨라 제품 개발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고 주강 삼각주와 장강 삼각주 일대에만 이런 업체가 수만 개나 모여 있다"고 말했다. 주강 삼각주는 선전과 광저우를 중심으로 한 세계적 제조 거점이다. 장강 삼각주는 상하이와 저장성·장쑤성을 아우르는 중국 최대 경제권으로 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꼽힌다.


중국 내 크고 작은 로봇 기업들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맞춤형 생산업체에서 부품을 조달해 기기를 설계하고 다시 대규모 공장과 연결해 양산을 이어간다. 정부와 기업 모두 신산업 지원에 적극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기업들도 완성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사 공장에 투입하고 있다. 애지봇과 유니트리는 지난달 중국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로부터 대량 주문을 받았고 유비테크 역시 지난 3월 전기차 업체 지커 공장에 로봇을 배치했다.



3억짜리 로봇도 7000만원이면 '뚝딱'…짝퉁 거리, 로봇 메카로 변신했다[中 휴머노이드 생태계 대해부]① 20년간 전자부품 유통 회사 이화세미컴에 근무한 진익화 선전 한국상공회장이 지난달 18일 화창베이 부품 상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준이 기자.

진익화 한국상공회장은 "한국의 AI, 로봇 산업은 한참 뒤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또 하나의 '잃어버린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선전(중국)=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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