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에 에너지·AI 고속도로
주민 수용성 문제에 구축 지연
하남 변전소 정책 첫 시험대로
지난 13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는 2가지의 고속도로가 등장한다. 하나는 에너지 고속도로,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AI) 고속도로다. 둘은 무관한 듯하지만 서로 연관돼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웠던 공약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경제 성장과 탄소중립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정책으로 에너지 고속도로를 소개했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호남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요처로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바다 밑으로 고압직류송전망(HVDC)을 건설하는 정책이다.
고압직류송전이란 발전소에서 생산한 교류 전력을 직류로 바꿔 송전하는 전송 방식이다. 받는 쪽에서는 다시 직류를 교류로 바꾸는 장치가 필요하다. 직류는 교류에 비해 장거리 송전에 유리하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대에 서해안을 중심으로 에너지 고속도로를 우선 건설한 후 남해안, 동해안까지 넓혀 2040년대에는 U자형의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육상으로의 전력망 구축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송전탑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악화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전력망 건설이 늦어지고 있다. 보상 문제에 가로막혀 진행이 멈춘 곳도 적지 않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금까지 주요 송전선로 31곳 중 26곳이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으로 준공일이 연기됐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서도 송전망 구축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호남 지역에서는 전력망 용량 부족으로 인해 전기를 생산하고도 보내지 못하는 출력 제한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작년 9월 기준 발전 5개 사가 집계한 2023~2024년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어 건수는 958건으로 이 중 65.3%에 해당하는 626건이 태양광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호남 지역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약 11기가와트(GW)에 달한다. 여기에 2031년까지 호남 지역에서는 약 32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또 전남 지역은 2035년까지 26개 단지에 8.2GW의 용량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된다. 이 일대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 등 수요지로 보내기 위해서는 대규모로 송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AI 고속도로를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AI 고속도로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이동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뜻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다른 일반 데이터센터에 비해 5~10배의 전기를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인 'AI 3대 강국'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대규모 송전망 확충이 필요하다.
에너지 고속도로가 해저를 지난다 하더라도 최종 수요처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육지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다시 주민 수용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하남시 동서울 변전소 옥내화·증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동해안~수도권 HVDC 송전선로가 지나는 79개 마을의 주민 합의를 마쳤지만, 마지막 관문인 하남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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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이 아무리 거창해도 실행력이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이다. 하남 동서울변전소 증설은 이 대통령이 강조한 2개의 고속도로 정책이 잘 작동할지 여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하남변전소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책을 모색해 볼 것을 권해 본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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