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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길은 뚫었지만 집엔 못 갔다"…매년 위령제 여는 도공, 6년간 36명의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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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빠르게 뚫은 길의 대가…민간보다 더 위험한 공공발주 현장
6년간 산재 사망자 36명, 올해만 벌써 6명
청용천교 참사 "도공도 원인제공" 명시
낙찰률 80~90%대 '저가공사', 안전관리는 후순위
"발주자도 책임, 처벌 명확히" 건설안전특별법 예고

#. 한국도로공사(도공)는 매년 경부고속도로 위령제를 연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숨진 근로자 77명을 기린다. 2년5개월간 연인원 900만명이 일하는 과정에서 사망자들이 나왔다. 올해도 이상재 부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령제가 진행됐다. 이 부사장은 "숭고한 헌신을 본받아 더 나은 고속도로를 만들고, 도로교통 분야의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의 아픈 기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단독]"길은 뚫었지만 집엔 못 갔다"…매년 위령제 여는 도공, 6년간 36명의 '장례식'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2월 안성~세종 고속도로 청용천교 사고 당시 모습.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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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년간 국내 공공·민간을 통틀어 산재 사망자가 가장 많은 기관이 도공으로, '최다 산재 기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를 건설하다 죽음에 이르는 이들이 매년 쏟아지고 있는데 정부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며 관련 법마저 미비해 처벌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사망사고를 가리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정의한 상황에서, 산재 처벌의 사각지대에 숨은 도공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도, 현대건설도 아니었다…도공, 36명 사망으로 산재 1위

2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와 국토안전관리원, 주요 공기업과 10대 건설사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부터 최근까지 5년여 동안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공기업은 36명이 숨진 도공이었다. 한국전력(33명)과 한국토지주택공사(30명), 코레일(12명), 한국농어촌공사(12명), 국가철도공단(11명) 등이 그 뒤를 잇는다.


민간 건설사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시공능력평가 1~10위 건설사 중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은 현대건설이다. 같은 기간 20명이 숨졌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과 롯데건설(각 15명), 대우건설(14명), DL이앤씨(13명) 등의 순이다. 올해 4건의 사망사고로 집중포화를 맞은 포스코이앤씨는 9명이다. 대형사 중에서는 오히려 적은 편에 속한다.


[단독]"길은 뚫었지만 집엔 못 갔다"…매년 위령제 여는 도공, 6년간 36명의 '장례식'

도공이 발주한 현장에서는 2020년 8명, 2021년 9명, 2022년 3명, 2023년 6명, 지난해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올해도 사고는 멈추지 않았다. 3건의 사망사고로 6명이 목숨을 잃었다. 2월 안성~세종 고속도로 청용천교 사망사고(4명), 7월 함양~창녕 고속도로 의령나들목 사망사고(1명), 8월 안동 중앙고속도로 사망사고(1명) 등이 잇달아 발생했다. 도공은 올해 산재 사망자 목표를 '6명'으로 잡았으나 이미 목표치를 채웠다.

'4명 사망' 청용천교 사고 "발주청(도공)도 원인제공"

4명의 근로자가 숨진 안성~세종 고속도로 청용천교 사고는 도공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조사 결과 하도급사가 보고도 없이 스크루잭 120개 중 76개를 제거했고, 검측을 담당한 시공사(현대엔지니어링)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도공은 자체 매뉴얼을 이유로 검측 책임을 시공사에 전적으로 떠넘기고 사실상 방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크루잭 '임의 해체'는 결국 교량 붕괴와 근로자 4명 사망이라는 대참사를 낳았다.


하도급사는 '작업 편의'를 위해 스크루잭을 제거했다.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공공 발주 현장의 '저가 낙찰'과 '공기 압박'이라는 구조적 병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해당 현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낙찰률 80% 미만(75~79% 수준)으로 수주한 곳이다. 낙찰률은 예정 가격(발주처에서 정한 기준 가격) 대비 낙찰 금액(낙찰자가 결정된 금액)의 비율이다. 낙찰률이 낮을수록 시공사 마진이 적기에 공사비에 쪼들리고 공기에 민감해진다. 저가 공사 현장에서 안전관리는 후순위로 밀리며 부실공사로 이어진다. 실제로 국토안전관리원의 지난해 건설현장 사고통계에 따르면 낙찰률 90% 미만 공공 공사에서의 사망사고는 74건으로, 민간(38건)의 곱절이 넘었다.

도공 현장 88%, 안전관리자 배치 의무 無
[단독]"길은 뚫었지만 집엔 못 갔다"…매년 위령제 여는 도공, 6년간 36명의 '장례식' 2023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 중인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연합뉴스.

최근 산재 사망사고는 대통령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지목하며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요즘 대형 건설사는 사망사고 1건만 나도 '압수수색'과 '제재'가 뒤따른다. 대표적으로 이달 들어 포스코이앤씨, DL건설이 잇달아 압수수색을 당했다. 강도 높은 제재도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도공은 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안으로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꼽힌다. 그런데 이 법에는 건설공사 도급 관계에서 시공을 주도하지 않는 경우 발주자는 직접적인 안전관리 책임이 없다고 보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는 발주자가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없다. 이렇다 보니 청용천교 사고에서도 국토부 사조위는 도공에 매뉴얼을 고치라는 처분 정도만 내렸다. 별다른 행정제재는 예고하지 않았다.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다 보니 도공은 인명사고에 무뎌진 모습마저 보인다. 도공은 매년 발간하는 안전경영책임 보고서 내 안전관리 성과라며 "지난해 산재 사망이 4명으로, 전년(6명)과 비교해 33% 줄었다"고 자화자찬했다.


도공은 인력·관리의 한계를 자체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현장 중 88%가 50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로, 안전관리자 배치 의무가 없다며 "수익성 위주로 인력·예산을 투입하는 등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이런 소규모 작업장이 월등히 많아 관리가 어렵다"고도 했다. 지난해 기준 도공의 관리 대상 현장은 1713곳 정도다.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공기업 평균(283곳)의 약 6배에 달한다.

"발주자도 책임 제대로 져야"…국회 논의 중

최근 들어 공기업 산재가 이어지면서 발주자도 책임과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국회에서는 개선책을 논의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건설안전특별법'이다.


이 법은 그간 각종 법안에 흩어져 있던 발주자 책임과 처벌을 명문화했다. 시공사의 의무와 처벌뿐만 아니라 발주자의 적정 공사비·공기 보장 의무를 적시하고, 재해보험 비용을 절반 부담하며, 안전관리 의무 소홀로 발주자가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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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을 대표 발의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설공사 참여자별로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법안"이라며 "사고손실 대가가 예방비용보다 크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해 건설사고 위험성을 낮추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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