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회담이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력 강화 의지'를 강조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란 분석과 동시에,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북한의 첫 번째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무장체계 통합운영 시험 과정을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19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북한의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 무장체계 통합운영 시험 과정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직접 거론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이려는 자기들의 의사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뚜렷한 립(입)장 표명"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가 직면한 안전환경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조성된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현존 군사 리(이)론과 실천에서의 획기적이고도 급속한 변화와 핵무장화의 급진적인 확대를 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메시지를 낸 배경에 주목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의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 재개 의도와 정책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비핵화 자체를 언급조차 하지 못하도록 몰아붙이는 전략"이라며 "대화·협력보다 핵 억제력 기조가 확고함을 재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권안전 수호'를 명분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해상 핵전력 실전배치를 시사한 것"이라며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 시킨 데 이어, 최근 들어 해군의 핵무장화를 추진하고 있다. 5000t급 구축함인 최현호 등의 있단 건조는 이런 구상을 배경으로 한다. 김 위원장은 현재까지 최현급 구축함 건조 현장에 10여차례 이상 방문하는 등 관심을 쏟아왔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문은 해당 구축함의 전투체계 통합과 실전배치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전투정보실 등 내부 사진이 첫 공개됐고, 전투체계 모니터가 켜진 것으로 보아 전투체계 통합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체계통합은 각종 탐지 센서와 무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함으로써 전투력과 운영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핵심기술"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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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는 UFS 연습기간 중 야외기동훈련(FTX) 40여건 중 20여건을 내달로 연기됐다. 군은 폭염 등을 사유로 들었지만, 새 정부의 대북 긴장완화 조치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적지 않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날 UFS 1일 차 국방전략회의를 첫 주관하는 자리에서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게 위기를 완화시켜 위기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굳건한 연합방위 태세 하에서 국제사회와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UFS를 직접 비난하고 나서면서 남북 간 적대 구도에는 변화가 없다는 북한측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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