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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휴전 약속없이 끝난 미·러 회담…영토 문제는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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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대신 포괄적 평화협상 합의
전쟁 지속할 시간 벌고간 푸틴
낮은 자세 일관한 트럼프

레드카펫 깔고 초특급 의전
제재 강화 엄포놨던 과거완 딴판
협조 표방한 공모, 무너질 수도

[글로벌포커스]휴전 약속없이 끝난 미·러 회담…영토 문제는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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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가장 많은 것을 얻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이뤄진 두 스트롱맨의 만남이 구체적인 '휴전' 약속 없이 끝나자 외신들은 이 같은 관전평을 내놨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깔아준 레드카펫을 밟고 초특급 의전을 누렸다. 여기에 즉각적인 '종전' 대신 '포괄적 평화 협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의 공격을 억제해줄테니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는 양보하라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두 강대국 정상들의 관계 역시 이번 평화 협상 결과에 따라 새롭게 정립될 전망이다.


"살인자에 레드카펫" 우크라 분노 산 美 초특급 의전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 차 1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을 박수로 맞았다. 이들은 미소를 주고받고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레드카펫 위에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보디 랭귀지 전문가 패티 앤 우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저자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평소라면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도록 상대방 손을 잡아끄는 모양새로 악수를 했을 텐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는 지난 2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개 면박을 준 것과 완전히 대조적이다. 이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세계에 생중계되는 카메라 앞에서 옷차림을 지적하고 "무례하다" "고마워해라"라는 말들을 쏟아냈다.


러시아를 향한 미국의 환대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분노를 샀다. 안나 무르리키나 우크라이나 기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군들은 살인자, 어린이 납치범, 테러리스트,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려는 확신의 나치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고 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이 이 수치의 심각성을 깨닫기를 바란다. 어떤 협상도 이런 모욕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칭도 관심사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친근하게 '블라디미르'라고 불렀지만, 푸틴 대통령은 격식체를 유지하며 일정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이날은 오랜 '블라디미르'에 대한 존경심으로 돌아간 듯했다"면서 "반대로 푸틴은 '도널드'라는 호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친근한 표현 대신 일정 거리를 두는 듯한 모양새를 유지했다는 얘기다.


알맹이 빠진 회담…푸틴, 준비한 원고만 읽어
[글로벌포커스]휴전 약속없이 끝난 미·러 회담…영토 문제는 난관

형식적인 측면보다 더 큰 문제는 휴전 합의가 빠진 회담이다. 약 3시간에 걸친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즐겨 여는 기자회견조차 생략했다. 푸틴 대통령은 준비한 원고만 읽었으며, 이 순서 또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지도자가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실제로는 휴전에 동의하지 않은 채 러시아로 돌아갔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치켜세우는 발언을 잊지 않았다. 그는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없었을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이 옳다"고 동조했다. 미·러 관계의 새 출발과 양국 간 무역 확대 가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와 관련해서는 분쟁의 근본적 원인을 없애야 한다며 전적인 책임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때 러시아가 주장하는 '근본적 원인'은 전형적인 자국 논리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푸틴이 '즉각적 휴전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트럼프에게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를 러시아식 '전쟁의 근본 원인 해결' 논리인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정치 체제 변경, 유럽 안보구조 재편 등과 연결 지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즉각 휴전하지 않으면 대러 제재를 강화할 것처럼 굴던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으로 180도 변해버리자 당황한 쪽은 유럽과 우크라이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우크라이나 휴전과 관련해 지난 8일을 대러 제재 시한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이를 위반해 러시아 원유를 구매한 인도에는 관세율을 종전 25%에서 50%까지 올리는 파격 조치도 취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넘기는 조건을 평화 협상의 대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푸틴 대통령은 대가로 어떤 영토도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은 우크라이나 방어의 핵심 요충지로, 러시아가 서방으로 진격하는 것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을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에게 전달했다.


이제 공은 전쟁 당사국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집단방위 형태의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데 최초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안전 보장 주체로 동참한다는 의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유럽은 이에 크게 감사를 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 보장을 하는 대신 잠재적인 영토 교환, 즉 우크라 영토의 일부 양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측 주장을 받은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영토 문제를 직접 담판짓겠다는 방침이다. 푸틴 대통령도 2주 내에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일대일 회담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극적 변화 반복해온 양국 정상 관계

향후 관전 포인트는 두 강대국 정상의 관계 회복이다. 둘은 '브로맨스'라 불릴 만큼 가까워졌다가도 곧바로 갈등으로 치닫는 극적 변화를 반복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천재적"이라 치켜세웠지만, 전쟁이 길어지며 비판적으로 돌아섰다. 최근 러시아 공세가 거세지고 중재안도 거부되자 그는 통화 뒤 기자들에게 "헛소리"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푸틴 대통령을 '협력'의 대상으로 본 셈이다. 이를 두고 스테이시 가다드 웰즐리대 교수는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트럼프의 세계관은 경쟁이 아니라 공모이며, 이는 19세기 유럽의 '협조' 체제와 닮았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과 같은 강력한 지도자들이 세계를 함께 관리하는 질서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확보를 종전 대가로 용인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같은 약소국의 목소리는 덜 중요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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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협조 체제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 질서를 나눈 강대국들의 회담이었던 얄타회담의 끝이 냉전인 것처럼 말이다. 고다드 교수는 "트럼프가 믿는 협조는 '협력'이 아니라 '공모'"라며 "푸틴과 시진핑도 더 나은 파트너는 아니다. 역사가 말해주듯, 협조 체제는 결국 경쟁과 충돌로 무너졌다. 그리고 세계는 다시 불길에 휩싸였다"고 일침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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