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케미칼 유증에 ㈜DL 지분 매입으로 지원
한화솔루션 '먼저 지원' 선언에 지원안 내놔
中 공급과잉 여파…석유화학 구조조정 조짐
유동성 위기에 몰린 여천NCC가 대주주 간 신경전 끝에 긴급 자금 수혈을 받게 됐다. 한화솔루션이 먼저 1500억원대 지원 의사를 공식화한 뒤, 경영 실태 점검을 이유로 지원에 유보적이던 DL그룹이 결국 입장을 바꿨다.
DL그룹 지주사 ㈜DL과 DL케미칼은 11일 각각 긴급 이사회를 열고 여천NCC에 2000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DL케미칼이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DL은 DL케미칼 주식 82만3086주를 약 1778억원에 추가 취득하는 방식이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1999년 4월 각각 50%씩 출자해 세운 합작사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점유율 14%)를 보유한 핵심 사업자지만, 2020년대 들어 본격화된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 최근에는 전남 여수 3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구조조정 압박이 심화했다.
여천NCC는 오는 21일부터 약 360억원의 자금 부족이 발생하고, 연말까지 총 3100억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앞서 한화솔루션이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DL은 '경영 상태부터 점검해야 한다'며 발을 빼 양측의 입장차가 노출됐다. 업계에선 한화 측의 강한 압박과 긴박한 자금 상황이 DL의 결단을 끌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지원으로 단기 유동성 위기는 넘겼지만, 업계에선 여천NCC 사태를 석유화학 전방위 구조조정의 서막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는 업계 자율만으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 차원의 산업 재편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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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케미칼은 한화솔루션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태스크포스 팀(TFT)을 통해 여천NCC에 대한 경영상황을 꼼꼼히 분석한 뒤에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제대로 된 자생력 확보 방안을 도출해 실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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