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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 98% 담당…무역분쟁 해결하고 경제성장 이끌어[WTO 종식 선언]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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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월1일 공식 출범
보호무역에 저항…자유·개방 지향
출범 이후 세계 무역 규모 급성장
무역갈등 해결사 역할도 수행
개도국·최빈국 삶 개선에도 도움

글 싣는 순서
<1>WTO 상소기구 마비 7년째…이미 세계무역 ‘무법 상태’
<2>세계무역 98% 담당…무역 분쟁 해결하고 경제 성장 이끌어
<3>미국, ‘핵심 설계자’에서 ‘질서 위협자’로
<4>WTO 흔든 시발점 중국…EU도 공범
<5>‘플랜B’ 마련한 EU…구조적 한계 여전
<6>각자도생? 합종연횡? 미국 뺀 세계화?...한국이 갈 길은

세계무역 98% 담당…무역분쟁 해결하고 경제성장 이끌어[WTO 종식 선언]② 첫번째 WTO 장관급 회담이 1996년 12월 9일부터 13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됐다. 자료 제공= W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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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여러분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무역 협정에 서명하게 됩니다. 이 협정은 대륙을 아우르고 다양한 무역 분야에 걸쳐 혜택을 제공할 것입니다."(피터 서덜랜드 WTO 초대 사무총장·1994년 4월 마라케시 무역협상장관회의)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사무총장이자 세계무역기구(WTO) 초대 사무총장인 피터 서덜랜드가 WTO 창설을 위한 마라케시 회의 연설을 한 지 약 9개월 뒤에 WTO가 공식 출범했다. 1995년 1월1일 개방적이고 시장지향적인 다자간 무역정책을 목표로 한 '세계 무역 규칙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WTO는 선언문에서 설립 취지에 대해 "WTO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저항 의지를 표명하며, 우루과이라운드(UR)를 통해 이룬 무역 자유화와 규범 강화가 점진적으로 더 개방적인 세계 무역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저항'을 배경으로 설립된 WTO의 지향점도 '자유·개방'으로 설정됐다. 구체적으로 WTO는▲국제 무역을 위한 법적 틀과 분쟁해결 작동 원리 도입 ▲평균 40%에 이르는 관세 인하 및 시장 개방 확대 ▲서비스 무역과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다자간 규범 수립 등의 목표를 세웠다. GATT가 제조업에 한정된 무역협정이라면 WTO는 서비스업과 지식재산권까지 포괄했으며, 국제 무역 분쟁 해결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출범 당시 WTO에는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칠레,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 덴마크, 포르투갈, 폴란드, 이집트, 케냐,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필리핀, 호주, 일본, 인도, 한국 등 GATT 체제에서 전환한 76개국이 초대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1986년부터 8년간 이어진 끝에 자유무역주의 기반의 GATT를 계승한 WTO가 출범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아 GATT 체제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히는 한국도 기대가 컸다"며 "WTO 설립의 주요 멤버인 미국이 주도해 서비스 분야와 지식재산권을 포함하는 성과를 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GATT는 상품(재화)의 무역 규범에 한정된 체제였지만 WTO는 서비스와 지식재산권 등 새로운 분야로 다자 규칙을 확장했다. 강제성도 강화됐다. GATT는 조약이 아닌 협정 형태지만 WTO는 회원국이 비준한 국제조약으로 구속력이 강화됐다. 정하늘 국제법질서연구소 대표는 "GATT가 냉전기 이후 자유진영에 대한 자유무역을 보장하기 위한 체제였다면 WTO는 자유 진영에서만 적용되던 규범을 사실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넓힌 것"이라며 "WTO를 '다자무역체제' 그 자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며 자유무역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경제적인 규범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평가했다.


WTO 출범 이후 세계 무역 규모는 급성장했다. WTO에 따르면 세계 무역 규모는 1994년 4조326억달러에서 WTO 출범 첫해인 1995년 5조1640억달러로 19.4% 커졌다. 10년 뒤인 2005년까지 세계 무역 성장률은 1995년 대비 두 배(101.6% 증가)로, 2024년에는 1995년 대비 399.8% 성장했다. 한국 무역은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1995년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역 규모가 14.8% 늘었고, 1995년을 기준으로 10년 뒤 122.3%, 2024년에는 442% 급증했다.


이 같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무역 규모 성장의 배경에는 WTO의 양적·질적 발전이 있었다. 설립 당시 76개국이었던 회원국은 중국(2001년)과 사우디아라비아(2005년), 러시아(2012년) 등이 가입하며 매년 증가해 현재 회원국 수는 166개국에 달한다. 이 결과 WTO 회원국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87%에서 현재 98% 이상으로 늘어난 상태다. 장 시앙첸 WTO 협력관은 "WTO의 범위는 인구 규모로도 측정하면 WTO 설립 당시 기존 회원국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69%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신규 회원국의 가입으로 그 비율은 94%로 증가했다"며 "지난 30년 동안 WTO는 20억명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다자 무역 체제의 포용성과 세계적 연관성을 더욱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WTO는 회원국 간의 무역 갈등을 해결하는 경찰과 판사 역할도 수행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소고기 수입 분쟁이다. EU는 소비자 건강 보호를 위해 성장촉진용 호르몬이 투여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1989년부터 금지했다. 이에 미국은 EU가 과학적 근거 없이 수입금지 조치를 시행했다며 WTO에 제소했고 WTO는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도 WTO를 통해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국은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 강화 및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했고, 2013년 9월에는 수입금지 대상 지역을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으로 확대했다. 일본은 한국의 수입금지는 위생 및 식물위생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며 WTO에 제소했고, 2018년 2월 1심(분쟁해결패널 판정)은 '한국의 조치가 과학적 위험평가에 기반하지 않았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은 즉각 상소했고, 2019년 4월 WTO 상소기구(최종심)는 1심을 뒤집고 한국 전부 승소 판정을 내렸다. 이 사례는 소비자 안전을 위한 조치가 WTO에서 인정된 최초의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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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는 보다 원활한 무역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무역을 통해 전 세계, 특히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의 삶을 개선했다. 장 협력관은 "최근 WTO 경제학자들이 WTO 가입에 필요한 강력한 약속 이행의 경제적 영향을 정량화해 분석한 결과 가입 협상 과정에서 개혁을 이행하고 더 강력한 약속을 한 국가들은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평균 1.5%포인트 더 빠르게 성장했다"며 "WTO 가입은 해당 국가의 다양한 개혁의 촉매제 역할을 해 경제적 회복력과 지속가능 한 성장을 위한 환경 조성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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