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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계열 AI반도체 설계 유출…전직 인력 재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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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망처리장치(NPU) 설계 자료 외부 반출…가치 280억 추산
전 사피온 출신 인력, 이직 후 개발 과정서 활용 혐의
정부, AI 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 보안 강화

SK 계열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 사피온(현 리벨리온)에서 개발한 신경망처리장치(NPU) 설계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전 사피온 출신 인력이 이직한 AI 반도체 스타트업 디노티시아와 해당 인력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정부와 수사기관은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포함해 국가 핵심 기술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다. 해외에서는 TSMC 기술 유출 사건이 발생해 기술 보안 강화 필요성이 커진 시점에 드러난 사례라 더욱 주목된다.


8일 법조 및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경택)는 지난 6일 산업기술보호법위반, 부정경쟁방지법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디노티시아의 팀장급 엔지니어 A씨와 B씨를 구속기소하고 디노티시아 대표이사 C씨를 불구속기소했다. C씨가 설립한 디노티시아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에서 쟁점이 된 것은 최신형 NPU의 소스코드와 아키텍처 자료다. 반도체의 성능과 효율을 좌우하는 설계도에 해당하는 정보로, 해외나 경쟁사로 유출될 경우 수년간의 연구개발(R&D) 성과가 한순간에 무력화될 수 있다. 검찰은 유출 자료의 가치를 280억원으로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기술이 외부로 흘러 나가면 제품 경쟁력은 물론 공급망 신뢰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검찰에 따르면 세 사람은 모두 디노티시아와 동종 회사인 사피온에서 일하다 현 회사로 이직했다. C씨는 사피온이 AI 반도체 개발업체 리벨리온에 흡수 합병되기 전 자료를 빼돌린 뒤 퇴사해 디노티시아를 설립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후 A씨와 B씨도 사피온을 퇴사한 뒤 디노티시아의 팀장급 엔지니어로 합류했다.

SK계열 AI반도체 설계 유출…전직 인력 재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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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A씨는 지난해 1~4월 3차례에 걸쳐 사피온이 보유한 AI 반도체 소스코드 등 각종 기술자료를 외장하드 등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어 지난해 10월쯤 해당 소스코드를 열람했고, 올해 4월에는 다른 직원이 볼 수 있도록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디노티시아 측은 이 자료가 자사 AI 반도체(VDPU) 개발에 활용된 사실은 없으며, 해당 기술은 독자적으로 설계·개발됐다고 밝혔다.


B씨도 지난해 1~6월 2차례에 걸쳐 사피온의 AI 반도체 소스코드 자료를 개인 클라우드에 업로드해서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6월 사피온을 퇴사하면서 개인 클라우드에 저장했던 AI 반도체 아키텍처 자료 등을 폐기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다가 디노티시아로 이직한 후인 올해 7~8월께 이를 디노티시아의 AI 반도체 개발에 참고하기 위해 열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C씨도 2023년 3월 사피온을 퇴사할 당시 사피온의 AI 반도체 아키텍처 자료를 외장하드를 통해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소스코드와 아키텍처 자료는 반도체의 설계도에 해당한다"며 "사피온과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로선 자산의 전부를 그대로 도둑맞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유출의 목적지로 지목된 디노티시아는 전날 주요 혐의들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디노티시아는 자사가 "기술 유출을 인지하지 못했고 구성원들의 개별 행위는 회사의 전략적 방향이나 기술 개발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하며 "회사는 설립 이후 일관되게 '벡터 데이터베이스를 위한 하드웨어 가속기(VDPU)' 기술 개발 및 AI 솔루션 개발에만 집중해왔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VDPU 개발을 주력으로 삼아왔고 이는 사피온의 NPU와는 전혀 별개의 기술이란 해명이다.


향후 검찰이 AI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를 확대하고 고삐를 더욱 당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새 정부가 출범 후 AI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는 등 힘을 불어넣고 있는 가운데, 불공정 범죄 등에 대해선 검찰 수사를 통해 엄벌하겠단 기조를 이번 사건을 통해 보였다는 분석이다. 첨단산업보호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된 수원지검이 선봉에 설 가능성 높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국내 AI 반도체 산업이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유출 등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대응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이런 기술 유출 사건에 대한 전 세계적인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산업계 전반에서 보안 강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대만에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2㎚(1㎚=10억분의 1m) 공정 설계도가 일본 기업으로 넘어간 정황이 드러나 전·현직 직원이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한국에서도 핵심 기술의 해외 반출을 막기 위한 긴급 체포 사례가 있었다. 반도체 패키징 장비나 고부가가치 소재 등 국가핵심기술을 들고 출국하려던 인물이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공항에서 적발된 것이다. 대상 기술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기술, 반도체 공정용 부품 제작기술 등이 포함됐으며, 상당수가 중국이나 제3국을 통한 우회 이전 시도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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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 유출이 적발되는 사례가 국내외에서 이어지면서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와 관리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와 수사기관은 R&D 단계부터 인력 이동, 협력사 계약, 데이터 반출 통제까지 전 과정에서 보안 규제를 높이고 있으며, 산업계도 자체 보안 투자와 관리 기준 상향에 나서고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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