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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피해 겨우 복구했는데"…광주 문흥동·신안동 '또 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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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186㎜ '물폭탄' 쏟아져
2주 만에 또 호우로 30㎝ 잠겨
영업 재개 앞두고 피해 눈덩이
"보상·대출 등 지원 제도 마련을"

[르포] "피해 겨우 복구했는데"…광주 문흥동·신안동 '또 침수' 4일 오전 광주 북구 문흥동성당 일대에서 기간제 근로자들이 빗물과 흙을 쓸어내고 있다. 민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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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집중호우 피해를 겨우 복구했는데, 또 침수라뇨. 장사는 언제 할 수 있을까요."


4일 오전 광주 북구 문흥동성당 일대. 이곳은 전날 늦은 밤부터 시간당 80㎜ 이상의 '극한 호우'가 쏟아진 곳이다. 극한 호우로 침수됐던 빗물이 빠져나간 뒤 진흙탕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구청에서 파견을 나온 기간제 근로자들이 이날 새벽부터 살수차를 동원해 도로의 흙을 한쪽으로 쓸어내렸다. 한 하수구에선 물이 계속 역류했고, 근로자들이 흙과 쓰레기 등을 삽으로 파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인근 주민들은 "비가 오면 바로 앞 굴다리로 빗물이 모여들어 금세 잠겨버린다. 어린이들도 통행하는 곳인데 급류에 휩쓸려 인명피해가 나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지난달 17일 광주에 4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을 당시에도 이곳 굴다리는 물에 잠겼고, 차 한 대가 침수돼 운전자가 겨우 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2주 만에 또다시 내린 갑작스러운 폭우에 주변 상가에 30㎝ 수준으로 물이 차오르면서 상인들은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공경숙(43) 씨는 전날 늦은 밤부터 내린 폭우에 새벽 내 한숨도 못 자고 가게에서 배수 작업을 했다. 이 음식점은 지난달 폭우가 내려 성인 남자 가슴 높이까지 물에 잠기면서 전날 도색 등 인테리어를 새로 마치고 재오픈을 앞둔 상황이었다. 오픈을 하루 앞두고 내린 호우로 가게에 발목까지 또다시 물이 차오르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공 씨는 "날을 새면서 겨우 가게에 물을 다 퍼냈지만, 날씨가 변덕이 심하고 언제 또다시 비가 올지 모르기에 가게가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며 "5년 전에도 침수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는데, 관할 당국에선 아직도 배수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상황이 이해되질 않는다"고 꼬집었다.

[르포] "피해 겨우 복구했는데"…광주 문흥동·신안동 '또 침수' 4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 스타벅스 주차장에 침수 피해로 생긴 폐기물이 쌓여 있다. 민찬기 기자

비슷한 시각 북구 신안동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달 호우 때 1층이 모두 잠긴 신안동 스타벅스도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 주차장에는 침수 피해로 생긴 폐기물들이 쌓여있고, 바닥은 진흙이 가득했다. 이곳은 이번 주 내로 가구를 다시 들여놓고 재오픈을 앞두고 있었지만, 또다시 내린 호우로 내부 공사가 지연됐다고 시공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이 일대 상가에서도 전날 내린 비로 인해 상가 내부로 물이 30㎝까지 차올랐다. 주민들은 오전 내내 가게까지 차오른 물과 흙을 밖으로 퍼냈고, 상가 복도엔 침수 피해를 입은 자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르포] "피해 겨우 복구했는데"…광주 문흥동·신안동 '또 침수' 4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 일대에서 한 상인이 가게 앞 빗물을 쓸어내고 있다. 민찬기 기자

가게 밖 인도에는 빗물에 흘러나온 쓰레기가 가득했고, 하수구엔 낙엽들이 쌓여있었다. 상인들은 밀대로 가게 앞 물을 쓸어내리면서 비지땀을 흘렸다.


청년취업센터를 운영하는 박인비(45) 씨도 전날 비 소식을 듣고 물을 막기 위해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아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새벽에 내린 비는 어느새 모래주머니와 패널을 넘어서 흘러들어왔고, 가게 안을 휩쓸었다. 박 씨가 운영하는 센터도 지난달 1차 호우피해를 입으면서 바닥과 벽지 등 복구 비용만 3,000여만원이 들었다.


박 씨는 "이 일대 상가 모두가 침수 피해를 입었는데, 광주 북구는 특별재난지역에서 제외돼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지도 모르겠다"며 "이곳은 상습침수구역인데도 10여개의 상가 중 단 1곳만 침수보험이 가입돼 있다. 그 1곳도 보험회사에서 거절했는데, 관할 구청이 지원해서 가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건물주가 침수 피해를 알고 있었다면 사전에 침수보험에 가입을 해야 하지 않았겠느냐"고 토로했다.


반복되는 피해로 자영업자에게 생계가 위협되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보상과 대출 등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근에서 아동발달연구소를 운영하는 한진영 씨는 "엊그제 1차 호우피해로 인한 인테리어를 마치고 오늘 수업을 재개하려 했는데, 또다시 취소됐다"며 "학생들이 떠나가고 언제 다시 운영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 임대료만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청에선 2차 피해 신청도 받지 않고, 1차 피해 보상액도 실제 피해 대비 새 발의 피 수준이다"며 "당장 대출이라도 받아서 영업을 유지하려 했지만, 받을 수 있는 대출도 없다. 비만 오면 가게가 물에 잠겨버리니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다"고 호소했다.


광주에는 전날 밤부터 186.7㎜의 물 폭탄급 비가 쏟아졌다. 월평균 강수가 326.4㎜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새 한 달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비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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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와 전남은 5일까지 10~60㎜, 전남 동부에는 8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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